박윤영 KT 대표. / 사진=뉴스1
박윤영 KT 대표. / 사진=뉴스1
KT가 통신망과 보안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핵심 역량을 다시 다지고,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서비스를 새 성장 기반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박윤영 KT 대표는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KT의 새 기업 비전과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KT가 제시한 AX 플랫폼 컴퍼니는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서 연결 인프라를 책임지는 동시에 공공·산업·개인이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를 활용해 성장하도록 돕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KT는 이를 위해 '단단한 본질'과 '확실한 성장'을 양대 축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정보보안, 정보기술(IT),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AI 데이터센터(AIDC), AI 에지, 해저케이블, 기업간거래(B2B)·기업-소비자간거래(B2C) AX 서비스, 신성장 AX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취임 100일 현장 점검 뒤 새 비전 제시

회사에 따르면 박 대표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전국 주요 현장을 돌며 새 성장 전략을 다듬었다. 정보보안·네트워크 시설을 시작으로 영업, 고객센터, 개통·사후서비스(AS) 등 고객 접점을 점검했고, 해저케이블, AX, 연구개발(R&D) 등 미래 성장 기반도 살폈다.

KT는 이 과정을 통해 고객 신뢰 회복과 성장 전략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향을 정했다. 박 대표가 이날 강조한 핵심도 통신업의 본질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AI 기반 성장도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KT는 보안과 IT, 네트워크 분야에 앞으로 3년간 약 12조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정보보안·IT 혁신에는 4조원을 배정했다. 과거 3개년 투자 규모의 두 배 수준이다.

보안 전략의 중심에는 제로 트러스트 원칙을 뒀다. '모든 것을 신뢰하지 않고 항상 철저히 검증하라'는 기조 아래 전사 보안 체계를 다시 짜겠다는 설명이다. KT는 상시 예방·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등을 통해 IT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조직 운영 방식도 바꾼다. IT와 네트워크에 나뉘어 있던 보안 운영을 통합하고, 위기 상황에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마련한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와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를 분리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정보보안 인력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KT 주도의 산학연 자문위원회 구성, 화이트해커 협업, 공동 연구·사업 발굴도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네트워크에는 3년간 8조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진다. KT는 네트워크 품질을 선제적으로 진단·개선해 고객 체감 품질을 높이고, 6세대 이동통신(6G), 위성, 데이터센터 상호연결(DCI) 등 미래 네트워크 핵심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자산 정합률 자동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자산 현행화와 취약시설 점검을 맡는 전담 인력도 배치한다.

위성 사업도 통신 주권 확보 차원에서 강조됐다. KT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지궤도(GEO)와 저궤도(LEO) 다중 위성을 직접 관제·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0년 이상 축적한 위성 관제·운영·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GEO 위성 5기를 운용 중이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저궤도 위성 영역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 1GW 추가 구축

KT광화문빌딩 전경 / 사진=KT 제공
KT광화문빌딩 전경 / 사진=KT 제공
성장 투자도 본격화한다. KT는 AX 인프라 확충에 약 6조원을 투입한다. 이 중 약 5조원은 총 1기가와트(GW) 용량의 AIDC를 실수요 기반으로 추가 구축하는 데 쓰인다.

KT는 중앙의 AIDC와 산업 현장 인근의 AI 에지를 연결해 대규모 학습·추론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피지컬 AI와 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초저지연 실시간 추론 환경을 전국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해저케이블에도 1조원을 투자한다. KT는 AIDC와 연계한 글로벌 해저케이블 트래픽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공급 규모를 90Tbps 이상 추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AIDC 투자를 유치하고, 한국을 '아시아 AX 연결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산업별 AX 실행 도구를 확대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금융 디지털전환(DX)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AI콘택트센터(AICC), 세일즈 에이전트 등 에이전틱 AI를 분야별로 넓힌다. 공공 분야에서는 소버린 AI 기반의 신뢰형 AI 서비스를 앞세우고, 제조·의료 분야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실증 등 정부 사업 참여를 통해 피지컬 AI 사업을 키운다.

B2C 영역에서는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설계하는 초개인화 AX 서비스를 내세웠다. KT는 고객이 요금제와 혜택을 직접 구성하고, 이용 패턴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가입부터 고객 상담까지 이어지는 절차도 디지털화한다.

토큰 팩토리·스테이블코인 사업 본격화

KT가 새 성장 사업으로 제시한 분야는 '토큰 팩토리'와 스테이블코인이다. AI 중심 연결 시대에는 토큰이 새로운 경제 단위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글로벌 토큰 소비량이 향후 4년간 월 5경 개에서 120경 개로 24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KT는 AI 과금 체계가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옮겨가면서 기업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토큰 비용 구조를 효율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봤다. 여러 AI 모델과 서비스를 함께 쓰는 데 따른 운영 복잡성, 빅테크 종속에 따른 주권·보안 위험도 과제로 꼽았다.

KT는 통신망 운영 과정에서 쌓은 과금·정산 역량을 토큰 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에 분산된 1GW 규모 AIDC와 자체 모델을 포함한 토큰 최적화 엔진을 결합해 토큰의 생성, 중개, 과금 지원이 가능한 토큰 팩토리를 구축하겠다는 것.

스테이블코인 기반 디지털 금융 플랫폼 시장에도 진입한다. KT그룹은 케이뱅크의 1600만 고객 기반, BC카드의 350만 가맹점과 결제·정산 역량, KT의 초저지연·고신뢰 네트워크와 보안 인프라를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발행부터 보관·정산, 네트워크 전송, 실사용 생태계까지 가치사슬 전반의 역량을 묶어 제도 변화에 대응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사업도 확대한다. KT는 AIDC와 AI 모델 등 AX 인프라 사업을 바탕으로 토큰 팩토리, 스테이블코인, 피지컬 AI 솔루션을 단계적으로 결합해 사업 모델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사업 권역은 아세안을 넘어 신흥국인 글로벌 사우스 시장까지 넓히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파트너십 전략도 다변화한다. KT는 기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방안을 계속 찾는 동시에 구글, 팔란티어 등 글로벌 AI 기업과 업스테이지, 리벨리온, 솔트룩스 등 국내 AI 기업으로 협력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고객 선택권을 확대하고 국내 AX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박 대표는 "사람 중심에서 AI 중심으로 연결의 대상이 확장되는 AX 시대에도 대한민국의 연결을 책임지는 KT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통신업 본질을 더욱 견고히 하고 그 기반 위에서 확실한 성장을 이뤄 대한민국이 AX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