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 받자마자 은퇴 준비?…요즘 2030 돈 굴리는 공식 [김연지의 연금빌드업]
연금의 새 공식 'ETF+TDF'…2030도 담는다
퇴직연금 500조 시대…20~30대 가입 13.8% 증가
ETF 투자금 48.7조…3년 연속 100%대 성장
TDF 순자산 25.5조…5년 만에 5배 커졌다
미국 TDF 6500조 시장…한국도 'ETF+TDF' 경쟁
퇴직연금 500조 시대…20~30대 가입 13.8% 증가
ETF 투자금 48.7조…3년 연속 100%대 성장
TDF 순자산 25.5조…5년 만에 5배 커졌다
미국 TDF 6500조 시장…한국도 'ETF+TDF' 경쟁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집값과 자산시장은 여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앞선 세대가 걸어온 삶의 공식도 희미해졌습니다.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 이 기사를 읽는 우리는 그 어느 세대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연금은 더 이상 은퇴를 앞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금 빌드업>은 가장 긴 투자, 연금을 처음부터 배우고 차근차근 쌓아가기 위한 기록입니다. [편집자주]
더 이상 연금은 '넣어두는 통장'이 아니다. 상장지수펀드(ETF)로 성장성을 추구하고, 생애주기펀드(TDF)로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 조절하는 방식이 연금 시장의 새로운 투자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액공제를 위한 절세 계좌에 머물던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은 직접 운용하는 장기 투자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이다. 운용사도 상장형 TDF와 액티브 TDF 등 관련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연금 투자 수요 잡기에 나섰다.
"예금 대신 ETF"…연금도 직접 굴린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선 50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금저축 적립금도 198조2000억원으로 늘며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840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특히 퇴직과 가장 거리가 먼 젊은 세대가 증가세를 이끌었다. 20세 미만 가입자는 증가율이 53.4%로 가장 높았고, 20~30대 가입자도 1년 새 13.8% 늘어 전체 가입자 평균 증가율을 웃돌았다.단순히 연금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만이 아니다. 돈을 굴리는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48조7000억원으로 3년 연속 10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실적배당형 적립금 가운데 ETF가 차지하는 비중도 39.6%까지 올라 연금계좌의 대표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ETF는 특정 지수나 자산을 추종하는 펀드지만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고 운용보수도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100, 고배당 ETF 등 투자자가 원하는 자산을 직접 선택해 장기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ETF는 개별주식 자산배분의 예시로 개별주식 대비 저변동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사랑받는 투자 수단 중 하나"라며 "기존 펀드 대비 투명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낮은 비용, 세금의 효율성, 매매 편의성으로 인한 유동성 등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ETF의 단점도 있다. 어떤 상품을 담을지, 언제 비중을 조절할지 모두 투자자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 장기 투자일수록 자산 배분이 중요하지만 이를 꾸준히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상품 종류가 급격히 늘어난 점도 선택 시 어려움이 되고 있다.
한 연구원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ETF 시장의 이면에는 너무 많은 종류의 ETF로 인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알아서 은퇴 준비"…TDF가 커지는 이유
쉽게 말해 ETF가 '직접 운전'이라면 TDF는 '자율주행'에 가깝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TDF 시장은 2016년 도입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TDF 설정액은 16조5000억원, 순자산은 25조5000억원으로 2020년 말(5조2000억원)과 비교해 5배 규모로 커졌다. 홍원구 연구원은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배분이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TDF는 개인 중심 투자 구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발간한 '퇴직연금 투자 백서'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TDF 투자금액은 지난해 말 20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전체 TDF 순자산의 78.5%가 퇴직연금을 통해 운용되고 있으며,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3.7%를 기록했다. 백서는 TDF가 "노후 대비를 위한 핵심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선 이미 '연금의 기본값'…한국도 닮아간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에서 먼저 나타났다. 미국은 TDF를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퇴직연금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은 2006년 연금보호법(PPA)을 통해 퇴직연금의 디폴트옵션 대표 상품으로 TDF를 사실상 표준화했다.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TDF에 자동 투자되도록 제도를 설계하면서, 예금이 아닌 장기 투자 중심의 연금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국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 역시 이 같은 미국 모델을 참고해 도입됐다.
미국 투자리서치기관 모닝스타가 최근 발간한 '2026 TDF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TDF 시장 규모는 4조8000억달러(약 6500조원)로 전년보다 20.3% 불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11.9%에 달한다. 은퇴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장기 복리 효과가 더해지면서 미국 퇴직연금 시장의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젊은 가입자일수록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문화도 정착다. 은퇴까지 45년 이상 남은 가입자의 평균 주식 비중은 지난해 말 93%로 10년 전(89%)보다 높아졌다. 장기 투자 기간을 활용해 주식 비중을 극대화하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높이는 TDF의 자산배분 전략이 미국에서는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운용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뱅가드 한 곳이 1조8000억달러를 운용하며 시장의 37%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평균 보수는 연 0.29%에서 연 0.27%로 낮아졌다. 투자자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운용사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라는 평가다.
ETF와 TDF의 경계도 허물어진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TDF 액티브' 시리즈를 2030·2040·2050에 이어 2060 빈티지까지 확대하며 연령대별 상품군을 촘촘히 갖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S&P500을 활용한 패시브형 TDF ETF를 선보이고 총보수를 연 0.19%로 책정해 비용 부담을 줄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80 빈티지를 앞세워 초기 위험자산 비중을 99%까지 높인 장기 자산배분 전략을 펀드와 ETF 상품에 반영했다. 연금 강자인 신한자산운용도 주식·채권·지역·섹터 비중을 적극 조절하는 '빠른 대응' 전략으로 TDF 경쟁에 나서고 있다.
상품 경쟁도 단순히 빈티지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섰다. 운용사들은 한국 투자자의 은퇴 시기와 자산 형성을 반영한 자체 글라이드패스를 개발하고, ETF의 낮은 비용 구조를 활용해 총보수를 인하하는 한편 액티브 자산배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투자가 가능하도록 '적격 TDF' 라인업을 보강하고, 증권사·은행의 디폴트옵션 편입을 둘러싼 운용사 간 쟁탈전이 한층 치열해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KCGI자산운용의 'KCGI 프리덤 적격 TDF·TIF' 시리즈 순자산이 1조원을 돌파하며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독립계 운용사 최초로 'TDF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다. 특히 TDF2050이 전체 자금 유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회사 측은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30~40대 퇴직연금 투자자의 자금이 집중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연금 투자의 중심축이 'ETF냐 TDF냐'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두 상품을 어떻게 조합해 활용할 것인가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 운용을 선호하는 투자자는 ETF 비중을 높이고, 자산 배분을 맡기고 싶은 투자자는 TDF를 활용하는 식이다.
맹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의 실적 배당형 전환은 ETF와 TDF 중심의 자금 유입 확대를 의미한다"며 "퇴직연금 시장 변화는 단순한 자금 유입보다 장기 투자 문화 확산에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선호 자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