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휴전 합의로 국제 유가가 안정되자 유럽과 미국의 물가 압력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로존 인플레 둔화…ECB, 금리인상 속도 조절할 듯
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 기관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했다. 5월 물가 상승률(3.2%)과 시장 예상치(3.0%)를 모두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같은 기간 2.6%에서 2.4%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한 대응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인 2022~2023년보다 덜 공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ECB는 이란 전쟁 발발 후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달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금리를 최대 세 차례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물가 상승률 하락에도 시장에서는 연내 한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 한 해 인플레이션율이 3%대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인플레이션 위험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ECB 주최로 열린 중앙은행 포럼에서 “지난 한 달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으로 해석했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워시 의장 발언이 나온 직후 0.03%포인트 하락해 연 4.14%를 기록했다.

워시 의장은 Fed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연 2%로 삼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연 2% 이상의 목표치를 용인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 실망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이 여전히 주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을 둘러보면 물가가 너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시 의장의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발언은 비둘기파적 해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시장 전반의 포지션은 매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에서 Fed가 오는 9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50.7%였다.

이날 워시 의장은 인공지능(AI)의 경제 파급 효과에 대해 “정책 운영과 경제 전반의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우버 운전사 사례처럼 일자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