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몸속 파고드는 고통…'저주파 소음'에 비명
데이터센터의 ‘숨겨진 비용’…美서 소송 유발한 저주파 소음
가구 40%, 데이터센터 8㎞ 이내 거주
냉각·발전 설비 내뿜는 ‘초저주파음’에
주민들 불면증·두통·귀 압박감 등 호소
소음 측정기 탐지 어려워…규제 한계도
가구 40%, 데이터센터 8㎞ 이내 거주
냉각·발전 설비 내뿜는 ‘초저주파음’에
주민들 불면증·두통·귀 압박감 등 호소
소음 측정기 탐지 어려워…규제 한계도
뉴욕타임스(NYT)가 인용한 퓨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000곳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개발 중인 곳도 1500여곳이나 된다. 미국 가구의 약 40%가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에서 5마일(약 8㎞) 이내에 거주한다.
데이터센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매일 수십억 건의 연산을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열이 반도체 칩을 녹이지 않도록 대규모 냉각 설비도 가동한다.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디젤 발전기를 돌리는 데이터센터도 적지 않다. 이들 설비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1마일 밖에서도 들리며, 몸으로 느껴질 정도라는 증언이 나온다.
소음 일부는 인간의 가청 한계보다 낮은 극저주파 음파인 ‘초저주파음’이다. 미국음향학회 회원이자 데이터센터 사업 자문가인 스콧 해밀턴은 “극도로 낮은 주파수는 들리는 게 아니라 압력의 변화로 느끼게 되는 것”이라며 “공연장에서 베이스드럼의 깊은 진동이 몸속까지 전달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NYT에 말했다.
초저주파음 발생 시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만성적인 수면 부족과 불면증, 두통, 귀 안쪽의 압박감 등을 호소한다. 밤이 되면 소음이 사라지거나 낮아지는 공항, 고속도로 등과 달리 24시간 소음을 유발하는 것도 고통을 더한다. 뉴저지주 바인랜드, 미시간주 다우아지액, 매사추세츠주 로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데이터센터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초저주파음은 기존의 소음 측정 장비와 저감 기술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소음 공해는 지방 정부의 용도지역 조례를 통해 규제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례는 동네 파티나 개 짖는 소리, 공사장 소음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24시간 내내 내뿜는 저음에 대한 판단 근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A가중 데시벨 척도’는 저주파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를 보완한 ‘C가중 척도’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레스 블롬버그 소음공해정보센터 사무총장은 “사람의 귀에는 분명 지배적으로 느껴지는 소음도 일반적인 데시벨 측정기에는 문제로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 차원의 구제책도 없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1980년대 초 환경보호청(EPA) 산하 소음저감통제국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한 영향이다. 리처드 나이첼 미시간대 환경보건과학 교수는 “당시에는 EPA가 규제 과잉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며 “정부가 감히 내 잔디깎이의 소음 크기까지 정하려 하느냐는 식이었다”고 NYT에 말했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토지를 추가 매입하거나 냉각 방식을 전환하는 등 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인근의 숲을 매입해 자연적인 완충지대를 확보한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대신 특수 액체에 담그거나 액체 냉각기인 ‘콜드 플레이트’를 부착하는 방법도 있다. 이 기술은 소음을 50% 이상 줄일 수 있지만 설치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