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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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배추와 양파 가격이 급락하면서 산지에서 수확을 포기하거나 밭을 갈아엎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작황 호조로 생산량은 늘었지만 소비가 따라주지 못하면서다. 정부와 농협, 유통업계는 무료 나눔과 할인행사를 확대하며 소비 촉진에 나섰다.

양배추와 양파 작황 좋아 … 가격 폭락

지난 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2026 유기농데이' 행사에서 시민들이 친환경 양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2026 유기농데이' 행사에서 시민들이 친환경 양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양파 소매가격은 1㎏당 1884원으로 전년 2447원보다 23.0% 낮았다. 양배추는 1포기 2678원으로 전년보다 52.1% 급락했다. 배추, 무, 오이, 당근 등 다른 채소류 가격도 전년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겨울과 봄철 기상 여건이 비교적 양호해 양배추와 양파 작황이 좋았다. 반면 외식업체와 급식업체의 대량 수요는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다. 가정 내 신선채소 소비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공급은 늘었는데 소비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가격이 무너진 셈이다.

산지에서는 폐기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와 전남 무안 등 양배추 주산지에서는 수확을 앞둔 물량을 밭에서 갈아엎는 사례가 나왔다. 양배추 가격이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지자 출하를 포기하고 물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일부 농가는 “캐서 팔수록 손해”라며 수확을 미루거나 포전 거래를 포기하고 있다.

도심서 무료나눔 행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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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산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부는 올해산 중만생종 양파 2만t을 수매·비축하기로 했다. 농협은 햇양파 수출을 최대 1만t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산지 출하정지 사업과 정부 비축, 수출 지원을 통해 시장에 풀리는 물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양파 가격은 5월 초 1㎏ 상품 기준 490원까지 떨어졌다가 같은 달 말 700원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농가가 체감하는 가격은 낮은 수준이다.

도심에서는 무료 나눔 행사가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2026년 유기농데이 기념행사’에서 제주·전남산 유기농 양파 6.2t과 경남산 유기농 양배추 3.5t 등 모두 9.7t의 친환경 농산물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고 소비를 늘리기 위한 행사였다.

농협도 양파 소비 촉진에 나섰다.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양파 특별 할인행사를 열고 산지 물량 소진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지역 농협과 지자체도 출근길 캠페인, 지역 축제, 장터 행사 등과 연계해 햇양파와 양배추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도 산지 직송 물량을 활용한 초저가 행사를 늘리는 분위기다.

고물가 속에 채소 가격만 유독 약세


고물가 속에서도 채소 가격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은 소비 양극화와도 맞물려 있다. 과일과 축산물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소류는 공급이 조금만 늘어도 가격이 급격히 흔들린다. 특히 양배추와 양파는 대량 소비처인 외식·급식 수요에 민감하다. 경기 둔화로 외식업체들이 재료 구매를 줄이면 산지 가격이 곧바로 타격을 받는 구조다.

유통업계에서는 당분간 양배추와 양파를 활용한 할인행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지 가격이 크게 떨어진 품목은 대형 유통업체가 대량 매입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기 쉽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바구니 부담을 낮출 기회지만, 농가에는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운 위기다.

농가에서는 사후 폐기와 일회성 소비촉진 행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이 폭락한 뒤 폐기비를 지원하거나 무료 나눔을 하는 방식은 반복적인 미봉책에 가깝다는 것이다. 계약재배 확대, 정부 비축 물량 조절, 수입 물량 관리 등 사전 수급 조절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산물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양배추와 양파는 생산량이 늘어난 데 비해 소비가 따라주지 않으면서 산지 가격이 크게 무너졌다”며 “무료 나눔과 할인행사는 단기적으로 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매년 반복되는 가격 급등락을 줄이려면 재배 단계부터 수급을 조절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