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점으로 수놓은 우주…붓끝에서 시작된 바람
韓 현대회화 하이라이트 展
132억에 팔린 김환기作 '우주'
두 폭을 세로로 붙인 작품이지만
최초 소장자 방식대로 눕혀 전시
역동적인 이우환 '바람으로부터'
독창적인 기법의 정상화 '무제'
현대회화 거장 14인 작품 한자리
132억에 팔린 김환기作 '우주'
두 폭을 세로로 붙인 작품이지만
최초 소장자 방식대로 눕혀 전시
역동적인 이우환 '바람으로부터'
독창적인 기법의 정상화 '무제'
현대회화 거장 14인 작품 한자리
일반적인 작품을 이렇게 눕혀서 건다면 원작 왜곡 논란이 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생전의 김환기도 인정한 전시 방법이다.
1970년대 이 그림을 산 사람은 김환기의 오랜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재미동포 김마태 박사. 그런데 집 층고가 낮았던 탓에 김환기와 상의 후 작품을 옆으로 눕혀 거실 벽을 따라 길게 걸었다. 김환기가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도 남아 있다.
(1) 김환기의 ‘우주’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김환기는 한국의 전통 미술과 자연을 사랑했다. 백자대호라는 멋없는 이름의 백자에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널리 퍼뜨린 사람이 김환기다. 1950~1960년대 그는 달항아리·산·섬 등 한국적인 소재를 단순한 선과 면, 서정적인 색감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전시장에 나온 ‘귀로’(1950년대), ‘내가 살던 곳’(1956), ‘섬’(1960년대) 등이 이 시기 그림이다.1963년 50세의 김환기는 세계 미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여러 화풍을 시험한 끝에 그가 도달한 화풍이 전면점화(全面点畵)다. 캔버스 위에 수많은 점을 찍는 이 화풍으로 김환기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동양적인 사유를 표현했다.
(2) 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이우환은 일본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서양 철학과 동양 사상을 토대로 그림이 무언가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물, 작품과 보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1969년에는 일본의 주요 현대미술운동 사조인 ‘모노하(物派)’ 이론을 세워 이름을 알렸다. 만들거나 꾸미는 대신 돌이나 철판 같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 관계를 보게 하는 흐름이다.그의 작품 제목이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등 ‘~부터’로 끝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은 출발점을 내놓을 뿐,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보는 이의 몫이라는 뜻이 제목에 담겨 있다. 전시장에서는 그의 주요 연작을 화풍별로 만나볼 수 있다.
(3) 정상화의 ‘무제 90-5-20’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브랜드인 단색화의 핵심은 수신(修身)이다. 단색화가들은 동양적인 수행의 정신을 그림에 담기 위해 선을 긋고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등 같은 행위를 끝없이 반복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김창열 등 단색화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4) 박고석, 김종학…한국미술 수놓은 별들
전시의 뼈대는 김환기와 이우환, 단색화가들이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자신만의 길을 걸은 구상 작가들의 작품이 배치돼 관객의 눈길을 잡아끈다.박고석은 전국의 산을 오르내리며 그림을 그린 ‘산의 화가’다. ‘외설악’(1973)의 굵은 붓질은 마치 산이 코앞에 다가선 듯한 느낌을 준다. ‘설악의 화가’로 불리는 김종학은 설악의 들꽃과 풀, 벌레의 생명력을 독창적인 화풍으로 그려낸 화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봄꽃 축제를 주제로 한 ‘봄’(2006)이 나왔다. 화사한 봄을 맞은 즐거움을 그대로 담은 작품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