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을 논하는 국제 컨퍼런스 무대에 세계 정상급 17세 발레 스타들이 오른다.
17일 탈리스만 파드되 무대를 선보이는 박윤재(오른쪽)와 염다연. 이솔 기자
17일 탈리스만 파드되 무대를 선보이는 박윤재(오른쪽)와 염다연. 이솔 기자
지난해 로잔 국제 발레콩쿠르 우승자 박윤재와 올해 준우승자 염다연은 17일 '대전 국제우주컨퍼런스 2026' 초청 공연에서 고전 발레 명작 '탈리스만 파드되(2인무)'를 선보인다. 세계 무대로 비상하고 있는 두 무용수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를 주제로 한 행사에 발레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번 무대만큼은 예외다. 탈리스만 파드되는 바람의 신과 천계에서 내려온 정령의 만남을 그린 작품으로,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도약과 비행의 이미지가 특징이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도전과 여정, 그리고 발레가 추구하는 비상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지난 15일 서울 서촌의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로잔의 영광보다 앞으로의 도전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현재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스튜디오 컴퍼니에서 활동 중인 박윤재는 "뉴욕에 와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결과보다 도전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라며 "용기를 내니 예상치 못한 기회들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스튜디오 컴퍼니 공연에서 '라 바야데르'의 주역으로 무대에 섰고, 지난 4월에는 한국에서 동료들과 함께 ABT 레퍼토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르떼와 인터뷰 중인 염다연과 박윤재. 이솔 기자
아르떼와 인터뷰 중인 염다연과 박윤재. 이솔 기자
올여름 미국 보스턴발레단 정단원 입단을 앞둔 염다연은 "로잔에서 입상했다고 목표를 이룬 것은 아니다"라며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이 부딪치고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염다연에게 또래 남성 무용수와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첫 공연이기도 하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발레에 전념해온 탓에 또래와 함께 작품을 준비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염다연은 "(박윤재와) 동갑이라 금세 가까워졌고 함께 연습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박윤재는 내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도전 계획도 공개했다. 로잔 콩쿠르 우승 당시 나이가 너무 어려 병역 특례 대상으로 논의되지 못했던 그는 만 18세가 되는 내년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윤재는 "결과와 상관없이 또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다연 역시 보스턴에서 새로운 무대와 관객을 만나며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갈 예정이다.
17일 탈리스만 파드되를 선보이는 염다연(왼쪽)과 박윤재. 이솔 기자
17일 탈리스만 파드되를 선보이는 염다연(왼쪽)과 박윤재. 이솔 기자
이들은 이번 갈라 공연을 시작으로 여름 내내 국내외 무대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간다. 7월 말 이들은 성남 발레스타즈 갈라 공연에도 각각 참여한다. 이후 박윤재는 홍콩·대만·일본 등 해외 초청 공연에 참여한 뒤 뉴욕으로 돌아가고, 염다연은 일본과 중국에서 워크숍 일정을 소화한 뒤 보스턴으로 향한다. 미국 동부의 이웃 도시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 자주 만나 발레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의지하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 권위의 콩쿠르에서 거머쥐었던 두 사람은 놀라울 만큼 담담했다. 인터뷰 내내 이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성공'이 아닌 '도전'이었다. 로잔의 트로피가 화려한 과거라면 대전 무대는 더 넓은 세계를 향한 새로운 출발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넓디넓은 글로벌 무대를 향해 닻을 올린 두 사람의 시선은, 우주처럼 넓고 예측이 불가능한 내일을 향해 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사진/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