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얼마나 벌었는가 보다 무엇을 바꿨는가, 신간 <모럴 앰비션>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모럴 앰비션>
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성공'이라는 현대 사회의 가장 강력한 신화를 겨냥한다. 그의 문제의식은 간명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세대가 실존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재능을 쏟는 대신, 광고 클릭 수를 늘리거나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달리고 있는가. 기후 위기, 극단적 불평등, 신기술의 윤리적 공백 같은 문제들은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배분받지 못한 채 방치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를 '재능의 낭비'라고 부른다. 특히 컨설팅, 금융, 빅테크를 '재능의 버뮤다 삼각지대'라고 본다. 그리고 연봉이나 지위가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삶을 '모럴 앰비션', 즉 선한 야망이라 정의한다. 이는 자기희생을 강요하는 도덕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바꾸겠다는 강한 야망을 품되, 그 기준을 개인적 성공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에 두자는 제안이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 특유의 스토리텔링이다. 노예제 폐지 운동가 토머스 클락슨, 말라리아 퇴치 운동을 이끈 롭 매서, 미국 민권운동의 상징 로자 파크스까지 역사를 바꾼 인물들은 우연한 영웅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실천력을 갖춘 행동가였음을 보여준다. 특히 로자 파크스를 '피곤한 재봉사'가 아닌 오랜 훈련과 준비를 거친 활동가로 재해석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변화는 선의만으로 오지 않으며, 조직과 전략, 끈질긴 실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책은 거대한 사회 문제를 추상적으로 논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얼마나 시대적 관습에 불과한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 높은 연봉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가'보다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엘리트 인재들의 사회 참여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인상도 남긴다. 하지만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직업을 당장 바꾸라는 요구가 아니다. '당신의 재능은 어디에 쓰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말라는 것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