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줄 알았는데…2030 꽂히더니 '부활' 반전 일어났다 [박수림의 요즘 여기]
2030 취향 소비에 되살아난 문구시장
볼펜·노트에도 개성 담는 시대
볼펜·노트에도 개성 담는 시대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문구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전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문구 페어 ‘인벤타리오 2026’은 행사 첫날부터 2030세대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엑스 전시관 1층에는 행사 시작 전부터 입장하려는 관람객 수백 명이 몰리며 곳곳에 관리 인력이 배치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된 사전 예매 티켓은 조기에 매진됐으며 토요일 입장권은 준비된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평일 티켓도 구하기가 어려워 ‘취켓팅(취소표+티켓팅)’을 해야 할 정도다.
인벤타리오는 디자인 전문 기업 아틀리에 에크리튜가 운영하는 문구 편집숍 ‘포인트오브뷰’가 주관한 행사로 올해로 2회차를 맞이했다. 주최 측은 지난해 첫 행사 당시 5일간 약 2만5000명이 방문하는 등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자 올해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이번에 참여한 브랜드는 총 110개로 지난해(69개) 대비 약 60% 늘어났다.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한 건 2020년대부터다. 젊은 소비자 중심으로 필사,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등 아날로그 취미가 확산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문구를 소비하는 목적도 달라졌다. 과거 문구용품은 업무나 학습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으나 요즘 2030세대에게 문구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이들 세대는 일할 때 쓰는 볼펜이나 다이어리를 꾸밀 때 사용하는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하나에도 자신의 취향을 담는다. 필기구 촉감이나 잉크의 색감, 종이의 질감 등 세세한 요소까지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대상이 된 셈이다.
다이어리 꾸미기에 사용되는 마스킹테이프는 비싼 경우 개당 1만원을 웃돈다. 디자이너가 직접 손으로 그린 작품이 표지로 사용된 펜·노트 세트는 5만9000원에 판매되며 연간 플래너 역시 7만3000원에 이른다.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을 가격이지만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이날 인벤타리오 행사장에서도 인기 브랜드 부스마다 결제를 기다리는 긴 줄이 이어졌다. 단순한 물건이 아닌 자신의 감성을 만족시키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취향’을 사는 시대라는 얘기다.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종이를 수입해 판매하는 두성종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58억원으로 전년(약 48억원) 대비 20.8% 증가했다. 노트와 다이어리 등을 생산하는 문구업체 양지사도 2025회계연도 3분기 누적(2025년 7월~2026년 3월) 기준 약 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문구를 필요해서 샀다면 지금은 좋아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는 한 시장의 성장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