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 제공
국립정동극장이 창작무용 ‘몸 4개의 강(一夜九渡河)’을 7월 무대에 올린다.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수록된 ‘일야구도하(一夜九渡河)’를 현대적 감각의 창작무용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일야구도하’는 연암이 열하에 도착하기 위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하룻밤 동안 아홉 번 강을 건너는 여정을 기록한 이야기다. 작품은 이 서사를 바탕으로 인간의 몸과 감각, 그리고 두려움의 극복 과정을 무용 언어로 풀어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 오직 자신의 오감(五感)에 의지해 길을 찾아야 했던 연암의 여정은 극한의 공포와 불안,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용기의 순간들을 담고 있다. 무용수들은 움직임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몸을 신뢰하고 감각과 교감하며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여행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암이 자신의 몸을 믿고 강을 건넜던 것처럼,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몸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몸을 존중하는 일은 곧 타인의 몸을 존중하는 일이며, 이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임을 무대 위에서 환기한다.

이번 공연은 인간의 몸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시각, 촉각, 미각, 후각, 통각, 압각 등 다양한 감각의 작동 방식을 예술적으로 탐구한다. 감각으로 시작된 몸의 경험이 감정의 몸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움직임과 공간, 음악을 통해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작품은 몸이 존중의 대상이기보다 과시와 소비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시대적 현상에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몸이 본래 지니고 있는 자연성과 존엄성에 주목한다. 위대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숭고함처럼 인간의 몸 또한 그 자체로 완전한 자연의 일부이며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국립정동극장의 2026 창작ing 무용 부문 선정작이다.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관객들이 삶의 여정 속 도전과 극복, 그 인간의 내면적 성장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국립정동극장 세실 무대에서 공연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