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믿고 뛰었다" 내부 반성론 확산
李 의존 반성했지만…전대도 결국 명심 구도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초 15곳 석권을 자신했던 만큼 당내 분위기는 무겁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줬고, 경기 평택을·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패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런 가운데 박수현 충남도지사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의 선거 전략 부재를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민심을 읽었어야 했는데, 오직 '유일한 기준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며 "도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아젠다를 제시하지도 못했다"고 짚었다.
박 당선인은 "지지도가 높은 대통령 이름만 팔면서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린 것이 유일한 선거전략이었음을 고백한다"며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다만 지도부 사퇴론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당 대표와 지도부에게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 최선이냐"고 반문하며 "민주당 지도부는 즉시 6·3 지방선거 평가와 백서발간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지방선거 결과도 차기 당권 투쟁과 연계해 아전인수식 이전투구를 보이면 민심은 급격히 차가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진심으로 우리를 돌아보는 것"이라며 "제대로 책임지는 새로운 민주당이 필요하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해야 한다. 질서 있는 평가를 통한 미래방향 제시로 집권여당다운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당내 쓴소리에도 분위기는 벌써 차기 지도부 선출을 향하고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도전이 점쳐지는 정청래 대표는 선거 기간 내내 "이재명 정부 성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방선거 승리가 이재명 정부 국정 동력 확보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이 정부와 당을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집권 초기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자신이 당·정·대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친명계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를 맡아 국정 운영을 보좌한 데다 최근에는 민주당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당내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김 총리의 전당대회 등판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송영길 전 대표 역시 대표적인 친명계 핵심 인사다. 그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피습으로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거리로 나가 이 대통령 유세에 나섰고, 이후 자신의 지역구를 비워 이 대통령의 국회 입성을 도왔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는 "사실상 패배"라고 평가하며 '정청래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에도 나서고 있다. 친청계의 대척점에 서며 전당대회를 앞둔 견제 세력의 한 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민주당이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과정에서는 뚜렷한 비전 제시 없이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는 전략을 통해 승리를 거둔 데 대한 반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선거 이후에는 차기 지도부를 둘러싸고 누가 더 이 대통령과 긴밀하게 호흡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지, 아니면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경쟁에 매몰될지가 향후 집권 여당의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집권여당이라면 당의 경쟁력으로 대통령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지금은 반대로 당이 대통령 지지율에 기대는 구조가 됐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당 자체의 비전이나 아젠다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에 의존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명심 경쟁이 아니라 당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라며 "정책으로 승부하는 유능한 정당, 새로운 인재가 계속 성장하는 정당으로 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다음 선거는 더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