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태평양 부동산 시장에서 도쿄와 싱가포르는 글로벌 자본이 가장 선호하는 두 금융 허브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두 도시는 겉모습만 비슷할 뿐, 자본이 움직이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들의 작동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세제 구조와 규제 장벽입니다. 도쿄는 엔화 약세와 낮은 조달 금리, 개방적인 투자 환경을 바탕으로 즉각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려는 자본을 흡수합니다. 싱가포르는 철저한 정부 주도의 공급 통제와 견고한 세제 장벽을 통해 자산의 장기 보존을 추구하는 패밀리 오피스와 기관투자자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거시경제 변화는 이 같은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정책 금리 정상화에 나섰음에도 도쿄의 실질 조달 비용은 여전히 글로벌 주요 도시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고강도 냉각 정책을 유지하며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같은 아시아 금융 허브지만 한쪽은 자본 유입을 통한 현금 창출 시장으로, 다른 한쪽은 진입 장벽을 높여 자산 가치를 방어하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입 단계부터 두 시장의 차이는 구조적이며 좁혀지기 어렵습니다. 일본은 외국인에게 자국민과 완전히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해 외국인 추가 취득세 없이 약 3~4% 수준의 취득 비용만 발생합니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는 외국인의 주거용 부동산 취득 시 강력한 냉각 장치인 추가 구매자 인세(ABSD)를 부과합니다. 기본 취득세 외에 별도로 부과되는 이 세금은 외국인 개인에게 매입가의 60%, 법인에는 65%의 징벌적 세율을 일시에 적용합니다. 미국과 스위스 등 일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국적자는 자국민 대우 예외를 적용받지만, 한국 투자자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60%의 높은 세 부담을 그대로 안아야 합니다.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도쿄는 대부분 자산에 투입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상당액이 '입장료'로 먼저 소진되는 구조입니다.
사진=글로벌PMC
사진=글로벌PMC
보유와 처분 단계에서는 완벽한 트레이드오프(trade-off) 구조가 나타납니다. 도쿄는 실질 보유세 부담이 시가 대비 약 0.2~0.5% 수준으로 매우 낮아 운용 단계의 현금 흐름 확보에 유리합니다. 다만 매각 시에는 5년 이하 단기 보유 자산에 39.63%, 5년 초과 장기 보유 자산에 20.315%의 높은 자본이득세율을 적용합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임대용 주택에 대해 최고 36%에 달하는 높은 재산세를 물리고, 4년 이내 단기 매각 시 최대 16%의 판매자 인세(SSD)를 징수해 투기를 차단합니다. 그러나 일정 기간 이상 장기 보유한 자산을 처분할 때는 매각 차익에 대한 자본이득세가 전혀 없습니다. 도쿄가 운용 과정에서 현금을 만드는 시장이라면, 싱가포르는 최종 청산 단계에서 자본을 지키는 시장인 셈입니다.

이러한 세무 구조는 임대시장과 조달 환경에서 극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도쿄 도심 우량 주거 자산은 연 2.97%에서 3.5% 수준의 임대수익률과 연 3% 미만의 낮은 공실률을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을 임대료에 유연하게 반영합니다. 여기에 금리 인상 국면에서도 연 2~2.5%를 유지하는 초저금리 변동 모기지와 엔저 효과가 결합해 극대화된 레버리지 효과를 선사합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60%의 진입 장벽으로 인해 실질 자기자본수익률이 크게 희석되며 임차 유치 경쟁도 심화되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엄격한 세제와 정부의 통제가 역설적으로 신규 진입을 제한하는 방어벽이 돼 자산의 희소성을 보장합니다. 세계 거부들이 싱가포르 핵심 권역의 부동산을 영구 소유 목적의 '트로피 자산'으로 매입하는 것도 자본을 보존하는 안전한 금고 역할에 신뢰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결국 도쿄와 싱가포르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포트폴리오 자산입니다. 도쿄는 저금리 레버리지를 활용해 매달 현금 순유입을 극대화하고 향후 엔화 반등 시 자본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투자자에게 최적입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엄격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TDSR) 55% 규제 속에서도 자본 보존을 최우선으로 삼는 초고액 자산가에게 어울리는 금고형 자산입니다. 해외 부동산 투자의 본질은 두 도시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닙니다. 내 자본이 지금 현금 흐름을 원하는지, 아니면 장기적인 자산 보존을 원하는지 먼저 명확하게 정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며, 그 답이 어디에 투자할지를 결정하게 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