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남광주특별시의 통합 이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남광주특별시의 통합 이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전남광주특별시는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설 새로운 경제축을 완성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국 첫 광역 행정통합을 이룬 전남광주특별시는 ‘사람을 잃는 도시’에서 ‘사람을 되찾는 도시’로 바뀔 것”이라며 “광주의 인공지능(AI)·반도체·미래차 생태계와 전남의 친환경 에너지 등 두 지역의 산업 포트폴리오가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오는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출범한다. 강 시장은 올해 초부터 김영록 전남지사와 함께 속도전을 펼친 끝에 전남·광주 행정통합의 초석을 깔았다.

강 시장은 “앞으로 광주 지역은 고급서비스 산업의 중심이자 AI·미래차 등 미래산업의 두뇌가 되고, 전남 동부권은 미래 산업 벨트로, 서부권은 그린수소 경제의 중심으로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행정통합 이후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전남광주특별시가 출범하면 권한 배분과 재원 확보, 기피 시설 배치 등을 둘러싸고 지역 간 마찰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행정표준코드’ 확정 과정에서도 진통이 있었습니다. 출자·출연기관 통합과 공공기관 배분 등에서도 초기 갈등과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4극 3특’의 핵심인 중심도시와 거점도시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심도시 광주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거점도시로 목포·순천 등의 강점을 살려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행정통합에 걸림돌은 없었나요.

“통합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파이를 키우려는 생각보다 당장의 몫을 나누려는 제로섬(zero-sum) 사고와 ‘광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광주가 전남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등의 막연한 불안감이었습니다. 오히려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시민이 많았습니다. 10년 혹은 20년 후면 소멸될 위기에 놓인 지역이 다수인 광주·전남의 현실을 알고 있기에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통합의 열매를 따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갈등과 문제는 아직 첩첩산중입니다. 출자·출연기관 등 공공기관 통합부터 지역 간 수당 차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민선 9기 통합시장의 문제해결 능력과 추진력이 꼭 필요합니다.”

▷광주 전체를 실증 사업지로 삼았습니다.

“기업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현장에서 검증할 기술이 없으면 사장되기 마련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광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실증도시팀’을 신설해 도시 전체를 실험실로 개방했습니다. 공공청사와 공원 등 3375개 공공시설을 실증 공간으로 열어 제품 실증과 사업화 202건을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실증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AI와 미래 차입니다. 전국 최초로 도시 전체를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하기 위해 오는 6월 기획용역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자율주행차 200대가 광주 도심을 달리면서 자율주행 기술을 시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으로 수집하는 영상과 센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학습·고도화돼 지역의 산업지형을 바꾸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입니다.”

▷NPU 컴퓨팅센터 유치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광주시는 염원하던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실패했지만 곧바로 NPU 컴퓨팅센터 유치를 이뤄내며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해남으로 확정되면서 광주 AI 생태계 조성의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찾아왔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한 결과, 재공모 과정에서 ‘국산 반도체 활용 의무’ 조항이 제외된 사실을 포착했어요. 대한민국 AI 주권을 지킬 전략 거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그해 11월 NPU 컴퓨팅센터 설립을 정부에 제안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습니다. 당시 NPU 컴퓨팅센터와 함께 제안한 AI-모빌리티시범도시와 자율주행차 실증 모두 지난해에 예산에 반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광주에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습니다.”

▷민선 8기 성과 중 만족하는 점이 있다면요?

“‘그게 되겠어?’에서 ‘이게 되네!’로의 전환입니다. 복합쇼핑몰이 그랬고, AI와 미래 차가 그랬고, 통합돌봄도, 군 공항 이전도, 공공 심야 어린이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광주는 오랫동안 수많은 약속과 실망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시민과 공직자가 ‘이게 되네!’를 경험한 것은 광주 전환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습니다. 6조원 규모의 복합쇼핑몰 투자 등 큰 규모 사업 과정을 비리 없이 추진해 2025년 전국 특·광역시 중 종합청렴도 1위를 달성했습니다.”

▷시민이 체감한 성과도 컸습니다.

“공공 의료와 돌봄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시민의 삶도 변화했습니다. 국회의원 강기정이 기초노령연금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만들었다면 광주시장 강기정은 광주다움통합돌봄, 공공심야어린이병원, 응급실뺑뺑이제로를 만들었습니다. 민선 8기 1호 복지공약인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선별주의와 신청주의 벽을 허물었고, 지난 3월 법 시행과 함께 ‘대한민국 복지의 표준’이 됐습니다. 시설 중심이 아니라 기능 중심의 공공의료로 전환해 민간에 공공의료의 기능을 부여한 ‘광주형 공공의료 시스템’ 등은 지역민에게서 큰 칭찬을 받았습니다.”

▷5·18 헌법전문수록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개헌안이 국민의힘 의원 전원 불참으로 불성립하는 장면을 보고 비애감이 들었습니다. 5·18은 광주를 세계 속에 빛나는 민주주의 도시로 등장시킨 사건이며, 5·18의 가치는 1980년 광주라는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아직 숙제가 많이 남았습니다. 5·18 당시 암매장 추정지로 지목된 광주시 북구 효령동 산지 일대에서 유해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행방불명자를 찾기 위한 시도입니다.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위한 노력도 계속돼야 합니다. 옛 전남도청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분리 논란도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5·18 보상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이런 모든 숙제를 매듭지을 때 비로소 가장 ‘정확한 애도’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민선 9기에 취임할 통합시장에게 남길 말씀이 있다면요.

“광주라는 도시의 정체성은 이어져야 합니다. 광주의 광역도시행정 경험과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4극 3특 전략에 따른 ‘광주의 중심성’은 분명히 지켜져야 합니다. 광주가 이룬 성과 역시 반드시 이어지고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민선 9기는 성격이 다른 두 광역 시도가 통합되면서 해결해야 할 복잡한 현안과 갈등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리더의 추진력과 갈등 해결 능력이 더욱 요구됩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