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와이스페이스’ 내부. /임다연 기자
경기도 파주 ‘와이스페이스’ 내부. /임다연 기자
일주일 휴양지 워케이션, 근무시간에 책 읽기, 캠핑카에서 일하기….

꿈만 같은 직장을 현실로 만든 중소기업 대표가 있다. 지난 20일 서울 염창동 본사에서 만난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사진)는 “요즘 자주 쓰는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이라는 말에는 ‘일은 나쁜 것, 삶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일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이 지난 8일 경기 파주에 워케이션 공간 ‘와이스페이스’를 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건설비로 지난해 매출의 4분의 1에 달하는 218억원을 투입했다. 권 대표는 “일과 삶을 분리하는 대신, 쉬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와이스페이스는 건축 설계에만 2년이 걸렸고 완공까지 총 4년이 소요됐다. 권 대표는 “상장했을 때도 느끼지 못한 만족감을 와이스페이스 개소식 때 느꼈다”고 했다. 개소 이후 두 달 치 예약이 이미 주말까지 꽉 찰 만큼 직원 반응도 뜨겁다.

이달 초 방문한 와이스페이스 내부에는 캠핑존, 비행기 좌석형 공간 등 다양한 콘셉트의 근무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직원들이 협업할 수 있는 회의실도 곳곳에 배치됐다. 가족 단위 체류가 가능한 펜션과 캠핑카, 직원 개인이 하루 또는 며칠씩 머물며 일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 공간이 운영되고 있었다. 휴식과 운동을 위한 시설도 갖췄다. 요가·명상실에는 1억원 상당의 오디오·비디오 시스템을 설치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이미 2022년부터 강원도 속초에서 워케이션 거점을 운영해왔다. 회사가 매입한 체스터톤스 객실 3곳에서 직원들이 순환 방식으로 5일간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하루는 반나절 휴가를 준다. 매년 초 1년 치 예약이 열리자마자 바로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독서토론도 진행한다. <도둑맞은 집중력>,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등 개인과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을 선정해 임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함께 읽고 토론한다.
직원 쉼터에 218억 쓴 中企 "쉬면서 일해야 회사 성장"
권 대표가 이 같은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해답이 결국 사람에게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직원의 창의성이고, 이러한 창의성이 발현되려면 자유로운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공동체 의식을 회사가 강요하면 속박처럼 느낄 수 있지만, 편안한 공간에서는 스스로 자연스럽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는 곧 회사의 이익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권 대표는 “워케이션, 수평적 조직 문화 등을 통해 직원 생산성을 높이고 영업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가 늘어나는 만큼 사람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영림원소프트랩은 기업문화 혁신 플랫폼 ‘에버레스크’도 내놨다. 익명성을 보장한 채 질문을 받아 임직원 참여도를 높이고 내부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한 솔루션이다. 권 대표는 “21세기 기업이 여전히 20세기식 기업문화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파주=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