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대체되지 않을 직무를 찾는 것이 직장인과 학부모의 과제가 됐다.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이 현실화하자 ‘AI가 나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어떤 업무를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 자체가 대부분 정확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경제연구소(NBER)에서 내놨다.
기존 연구는 주로 ‘AI 노출도’를 활용해 직업별 대체 가능성을 평가했다. 한 직업의 업무를 잘게 나눈 뒤 그중 AI가 대신하거나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분석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회계사 업무를 장부 정리, 세무 자료 검토, 보고서 작성 등으로 세분화한 뒤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비중이 크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방식의 문제는 낮은 객관성이다. 평가자 주관이 개입되고, 사용자 설문 역시 일부 경험에 치우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AI 모델에 ‘이 직업이 AI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묻는 방식이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AI 모델에 따라 이 질문의 답변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의 답변 일치율은 56.9%에 그쳤다. 예를 들어 클로드는 회계사를 AI에 취약한 직업으로 평가했지만 제미나이는 상대적으로 낮게 봤다.
이는 AI 모델마다 학습 방식과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클로드는 일부 업무만 자동화할 수 있어도 AI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제미나이는 AI 역할을 비교적 보수적으로 판단했다. AI를 많이 쓰는 직업군에서는 관련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이고, 이 데이터가 다시 AI 모델 학습에 반영돼 AI가 ‘이 직업은 AI 관련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피드백 효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AI가 위험하다고 분류한 직업이 실제로 사라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NBER 연구진은 “직업, 전공, 정책 지원을 결정할 때 하나의 AI 노출 점수만 믿는 것은 위험하다”며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AI가 이 직업을 대체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현장에서 AI가 어떤 업무에 쓰이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는 세계 경제와 산업을 취재합니다. ‘글로벌마켓’을 통해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소식을 전합니다. 중국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뉴스를 남일같지 않게 들려드리겠습니다.
건설부동산부와 사회부 교육팀을 거쳐 국제부에 왔습니다. 사회부 시절 서이초 사건을 단독 보도해 제55회 한국기자상과 2024년 한국신문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듬해 사교육 현장을 파헤친 <대치동 이야기>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