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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유력 후보' 스테이어의 녹색 정치 실험
석탄 자금 논란에 흔들
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테이어는 자신이 설립한 헤지펀드 파랄론캐피털(Farallon Capital) 경영에서 물러난 뒤 기후변화 대응 활동에 집중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해당 펀드에 상당한 투자 지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파랄론은 최근 수년간 호주를 중심으로 석탄 프로젝트 금융을 확대해온 대표적 투자회사 가운데 하나다.
스테이어는 2012년 파랄론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기후변화 대응과 진보 정치 후원 활동에 집중해왔다. 그는 버니 샌더스 계열 진보 단체 ‘아워 레볼루션’ 등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친환경 투자회사 갈바나이즈(Galvanize)를 공동 설립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투자하고 있다. 또 기후 정책 옹호 단체 넥스트젠 아메리카(NextGen America)를 후원하며 민주당 내 대표적 기후 행동주의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파랄론은 스테이어 퇴진 이후에도 석탄 산업 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글로벌 은행들이 환경단체 압박으로 석탄 프로젝트 대출을 줄이자 파랄론은 그 공백을 파고들었다. 2022년에는 호주 석탄업체 스탠모어 리소시스(Stanmore Resources)에 연 11.5% 금리의 대출을 제공했다. 2024년에는 인도 아다니그룹(Adani Group)이 운영하는 호주 석탄 터미널 사업에도 수억달러 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같은 해 화이트헤븐(Whitehaven)의 석탄 광산 인수에도 1억5000만달러를 제공했다.
스테이어 측은 현재 자신이 파랄론의 화석연료 투자와 분리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캠프 측은 “파랄론 직원들이 그의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 관련 자산을 제외하고 있으며 그는 더 이상 펀드 수익 배분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스테이어가 화석연료, 고리대금업, 민영교도소 관련 직접 투자하지 않도록 별도 투자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투자 구조를 외부에서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포브스는 스테이어의 자산을 24억달러로 추산했지만, 헤지펀드·사모펀드·벤처투자 등에 걸친 자산 구조는 대부분 비공개다. 2020년 대선 출마 당시 공개된 자료에서는 파랄론 투자 지분 가치가 최소 1억1000만달러로 평가됐다. 2021∼2024년 세금 신고서에서도 여러 파랄론 펀드 투자 내역이 확인됐다. 캠프는 현재 보유 가치가 3470만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세피난처 관련 발언도 논란이 됐다. 스테이어는 최근 토론회에서 “케이맨제도에 돈이 없다”고 말했지만, 2024년 세금 신고서에는 ‘Cayman’이라는 단어가 19차례 등장했다. 영국 은행 계좌에 약 6200만달러를 보유한 사실도 포함됐다. 캠프 측은 “그가 개인 명의 계좌를 케이맨제도나 버뮤다에 직접 보유한 것은 아니며, 해당 지역에 등록된 펀드에 투자한 것”이라며 “미국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장과 정치권에서는 스테이어 사례가 미국 진보 진영 내 ‘녹색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기후단체 마켓포시스(Market Forces)의 윌 반 더 폴 최고경영자는 “파랄론은 호주 석탄 산업의 연장과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며 “기후 행동을 주장하는 인사라면 파랄론의 투자 결정과 기후 영향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환경단체는 스테이어를 옹호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환경유권자연합의 맷 아불라라치-마시아스 정치국장은 “스테이어의 자금은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쳤다”며 “그는 과거 투자에 대해 사실상 책임을 지고 청정에너지와 기후 행동에 자금을 투입해왔다”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스테이어와 케이티 포터 전 하원의원을 동시에 지지하고 있다.
스테이어는 이번 선거에서 경쟁 후보들의 화석연료 연계성도 적극 공격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민주당 경쟁자인 하비에르 베세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셰브런으로부터 받은 3만9200달러 정치후원금을 반환하라고 압박했다. 베세라 측은 “그는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시절 석유기업들과 맞서 싸웠다”며 후원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선거는 미국 내 ‘억만장자 정치’ 논쟁과도 맞물리고 있다. 스테이어는 현재까지 주지사 선거에 1억3200만달러를 투입하며 경쟁 후보들보다 약 10배 많은 광고비를 사용했다. 동시에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억만장자 증세 주민투표안도 함께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막대한 자금력이 선거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베이 최고경영자 출신 멕 휘트먼은 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현재 가치 기준 약 2억2000만달러를 투입했지만 패배했다. 정치권에서는 스테이어 역시 기후 리더십과 자산 형성 과정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가 향후 선거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