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약점으로 꼽혔던 사후서비스(AS)망을 확충하고 보조 가전제품 중심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력·무상수리' 앞세운 中가전, 韓안방 점령 속도
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가전제품 수입액은 50억4319만달러(약 7조4800억원)를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1분기엔 23억947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소폭 늘었다. 일부 프리미엄 제품도 판매량이 증가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TCL, 하이센스 등 중국 TV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8월 3.5%에서 지난달 6%로 7개월 만에 1.5배 가까이 높아졌다.

인기를 끈 제품은 청소기와 에어컨, 선풍기 등 중소형 가전제품이다. 지난해 중국 청소기 수입액은 5억8407만달러로 2023년(3억3529만달러)보다 74% 늘어났다. 에어컨과 선풍기는 1억5149만달러, 1억2927만달러로 같은 기간 각각 36%, 19.8% 증가했다.

중국산 가전제품 수입액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린 2021년 최고치를 찍은 뒤 하락하다가 2023년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팬데믹 초기에 가전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교체 주기에 맞춰 또다시 중국 제품을 선택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알리, 테무 등 중국 가전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e커머스가 국내에 상륙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걸림돌인 AS 문제를 풀어낸 점도 한몫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IFC몰에 첫 공식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AS센터를 마련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로보락은 ‘5년 무상 AS’를 내걸고 하이마트와 협업해 전국에 약 350개에 달하는 조직망을 깔았다.

삼성과 LG가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점도 적중했다. 빌트인 제품 위주인 두 기업과 달리 메이디, 하이얼 등이 중소형 식기세척기를 국내에 출시한 게 대표적 예다. 드리미는 지난해 코오롱글로벌과 손잡고 음식물처리기를 선보이며 로봇청소기에 이어 사업 영역을 넓혔다. 중국 가전을 ‘세컨드 가전’으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거실에 삼성전자나 LG전자 에어컨을 두고 안방이나 자녀 방 등에는 중국산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하는 식이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