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치유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느린 걸음 끝에 마주한 경산의 다채로운 면면들!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달 조형물 너머가 경산동의한방촌이다(사진=이효태)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달 조형물 너머가 경산동의한방촌이다(사진=이효태)
치유에서 사유로, 나를 돌보는 경산동의한방촌
“경산동의한방촌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은 향주머니 만들기와 족욕, 화장품 체험을 함께해볼 예정입니다.”

경산동의한방촌 최용구 촌장의 환영 인사에 이웃 지역 청도에서 온 여성대학 수강생들의 표정이 금세 풀린다. 삼성현역사문화공원 남동쪽, 자라지 호수 옆에 자리한 경산동의한방촌은 반나절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체험형 웰니스 공간이다. 2020년 개관 이후 경산시와 대구한의대학교가 함께 운영하며 체험·진료·연구가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청도여성대학 학생들과 체험 프로그램 안내를 하는 최용구 촌장(사진=이효태)
청도여성대학 학생들과 체험 프로그램 안내를 하는 최용구 촌장(사진=이효태)
화장품 만들기, 향주머니 만들기 등 한방 치유와 관련한 체험은 16개에 이른다(사진=이효태)
화장품 만들기, 향주머니 만들기 등 한방 치유와 관련한 체험은 16개에 이른다(사진=이효태)
한방촌의 핵심은 ‘논스톱 체험’이다. 체질 검사와 한방 상담을 시작으로 한약재 족욕, 향주머니 만들기, 스킨케어 등 16개 프로그램이 하나의 원형 건물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동선이 효율적으로 구성돼 개인 방문객은 물론 교육·연수 목적의 단체 방문도 꾸준하다.
대학과 협력해 제작한 다양한 뷰티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사진=이효태)
대학과 협력해 제작한 다양한 뷰티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사진=이효태)
한의대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이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는 점도 특징이다. 실내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 약초 정원과 숲길이 이어진다.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라지 호수의 잔잔한 풍경이 자연스럽게 호흡을 고른다.
한방촌 일대 풍경, 자라지 호수 수변 산책로(사진=이효태)
한방촌 일대 풍경, 자라지 호수 수변 산책로(사진=이효태)
*한방촌 체험은 예약 필수, 대표 전화로 가능하다

2000년 전 압독국의 실체를 마주하다, 임당유적전시관
활기찬 영남대역 인근 골목 끝에는 고대 국가 압독국(押篤國)의 흔적이 선명하다. 삼한시대 독자적인 철기 문화를 구축했던 압독국의 중심지, 임당 유적 일대에 지난 2023년 임당유적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낮은 높이와 흙빛 재료로 설계된 전시관은 인근 고분군의 구릉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압독국의 독자적 장례 문화를 볼 수 있는 임당유적전시관(사진=이효태)
압독국의 독자적 장례 문화를 볼 수 있는 임당유적전시관(사진=이효태)
전시관에서는 덧널무덤을 복원해 장례 문화를 설명하고, 금동관과 철기 유물 등을 통해 당시 지배층의 생활상을 조명한다. 특히 순장의 흔적은 엄격한 계층 구조와 사후 세계 인식을 드러낸다. 이후 등장한 굴식돌방무덤은 신라 문화와의 교류 속에서도 독자적인 전통을 유지했던 압독국의 면모를 보여준다.
도굴 사건으로 세상에 그 존재가 드러난 임당동·조영동 고분군(사진=이효태)
도굴 사건으로 세상에 그 존재가 드러난 임당동·조영동 고분군(사진=이효태)
전시관을 나서면 곧바로 임당동·조영동 고분군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구릉 위에 늘어선 봉분들은 크기와 배열만으로도 당시 권력 구조를 짐작하게 한다. 도심 개발과 맞닿은 풍경 속에서도 고대의 시간이 이질적이면서도 온화한 풍경을 선사한다.

정성으로 오르는 길, 팔공산 갓바위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믿음은 사람들을 팔공산 정상으로 이끈다. 정식 명칭은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이지만, 머리 위에 얹힌 널찍한 판석이 갓처럼 보여 ‘팔공산 갓바위’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선본사 일주문, 803번 버스가 오르막 구간을 왕복한다(사진=이효태)
선본사 일주문, 803번 버스가 오르막 구간을 왕복한다(사진=이효태)
팔공산 주차장에서 기점이 되는 선본사까지는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이 약 10분 거리로 펼쳐진다. 일주문 왼쪽으로 보이는 버스가 이 구간을 왕복하니 다리품을 아끼고 싶다면 참고하자. 여기서 정상까지는 약 1km. 짧은 구간이지만 가파른 산길과 철계단은 만만치 않은 정성을 요구한다.
갓바위까지 약 20분의 끊임없는 오르막이 펼쳐진다(사진=이효태)
갓바위까지 약 20분의 끊임없는 오르막이 펼쳐진다(사진=이효태)
약사여래, 병을 고치고 현실의 고통을 덜어주는 부처다. 땀방울을 흘리며 마주한 약사여래 부처 앞에서 사람들은 건강과 시험, 생계 등 저마다의 간절함을 쏟아낸다.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뤄준다는 약사여래를 바라보며 부풀어 오를 듯 터지는 수많은 바람을 잠시 내려놓는다. 여기까지 올라온 두 다리와 인내심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깨달음이 스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더 화려해진 팔공산과 근엄한 표정의 갓바위(사진=이효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더 화려해진 팔공산과 근엄한 표정의 갓바위(사진=이효태)
약사여래 시선에서 왼편으로는 경산, 오른편으로는 대구로 길은 갈라진다. 그러나 결국 길은 통하고, 흘린 땀은 배신하는 법이 없으니 정성으로 빈 그 소원 이루리.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