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산업전환기 중기 전략 설계 계기로 삼아야"
"호르무즈 봉쇄, 일회성 아닌 구조적 위기…IMEC 주목해야"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단순한 에너지 수급 차질을 넘어 글로벌 물류경로의 재편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8일 '미국-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경로 재편 가능성: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추진의 의미와 우리 산업의 중기 전환전략 모색'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2022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 2023년 후티의 홍해 선박 공격, 올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일련의 사태를 일회성의 위기가 아닌 비가역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진단했다.

자폭 드론 등 저비용 공격 기술만으로도 고가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되면서 국가 간 전면전 없이도 글로벌 물류 요충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보고서는 기존 해상 물류 경로를 대체할 새로운 루트로 IMEC에 주목했다.

IMEC는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상으로 미국·인도·유럽연합(EU)·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물류경로다.

아직 집행 체계나 전담 기구는 갖춰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EU-인도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IMEC 실현을 위한 구체적 조치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기존 육상 파이프라인을 합산해도 호르무즈 물동량(하루 2천90만 배럴)의 4분의 1에도 못 미쳐 에너지 벌크수송의 완전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고, 반도체·자동차 부품 등 고부가 화물의 신속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89%를 중국 기업이 독점 수주한 것과 달리 IMEC는 다자 개방형 구조인 만큼 한국 건설·제조·물류 기업의 참여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향후 10∼15년을 우리 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첩형 전환기'로 규정하며 전략적 대응을 주문했다.

숙련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전 마지막으로 활약할 이 시기에 IMEC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국내 전통(레거시) 산업의 일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첨단 산업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자는 논리다.

길은선 산업연구원 인구전략연구실장은 "이번 미국·이란 전쟁을 단기적 손실로 단정하기보다 향후 10∼15년간 산업·인구·AI 전환을 종합 관리하는 프레임 하에서 중기 산업전환 전략을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