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통신원 리포트-일본]글로벌 신약 경쟁 속 일본의 ‘선별적 기술도입’ 전략 부상
글 정권 객원기자
글로벌 제약산업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일본 제약사의 사업 전략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과거 일본 제약사들은 자국 내 연구소와 장기 축적형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자체 파이프라인을 키우는 데 상대적으로 더 큰 무게를 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프레임이 달라지고 있다. 일본 제약사들은 이제 자체 개발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외부 기술을 자사 전략에 맞춰 정교하게 선별해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6년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전략 수정 차원을 넘어 일본 제약산업의 구조적 전환으로 읽히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다케다, 아스텔라스, 에자이, 다이이찌산쿄 등 일본의 주요 바이오 기업은 오랫동안 내부 연구 역량과 장기 임상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왔다. 외부 기술을 도입하는 기술이전 전략은 보완 수단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외부 기술을 ‘무차별적으로’가 아니라 ‘정교하게 선별해’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첫째는 개발 비용의 상승이다. 글로벌 신약 하나를 시장에 올리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고,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실패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둘째는 기술 혁신의 속도다. 유전자치료, 세포치료, 항체약물접합체(ADC), 리보핵산(RNA) 기반 치료제처럼 차세대 치료접근법(모달리티)이 늘어나면서 모든 기술 축을 내부에서 동시에 소화하기가 어려워졌다. 셋째는 시간 압박이다.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려면 필요한 기술을 더 빠르게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외부 바이오텍과의 협업이 필수에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