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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도 의아한 강세, '헤지 청산'이 원인?…엔비디아 세 가지 하락 이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유가 강세…5월 전 종전 희망
17일(미 동부 시간) 아침 9시 반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5% 안팎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최근 주가는 유가와 정반대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는데요. 오늘은 유가가 1~3% 수준의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주가는 아랑곳없이 종일 오름세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브렌트유 선물은 3.2% 올라 배럴당 103.42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2022년 8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9% 상승한 배럴당 96.2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란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웃 국가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의 미사일, 드론 발사 빈도가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 UAE가 집중 과녁이 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월요일 하루에만 드론 98대의 공격을 받았는데, 이는 그동안 하루 평균 25대보다 훨씬 많습니다. UAE도 탄도미사일 10발, 드론 45대를 탐지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지난 8일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직전에 위치해 우회 수출길로 꼽히는 푸자이라 항구에서 유조선이 피격당했고, UAE는 원유 선적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란은 지난 한 주(3월 9일~3월 16일) 동안 매일 평균 5발의 탄도미사일과 15대의 드론을 발사했다. 이는 막대한 피해를 주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몇몇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지 않습니다. 주말 이후 유조선 3척과 일반 화물선 몇 척만이 통과했습니다. CSIS는 "허가된 몇몇 선박의 통과는 정상적인 운송량이나 에너지 흐름을 완전히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원유 선물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배럴당 94달러인 선물 가격이 2027년 1월에는 75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주 배럴당 68.55달러보다는 오른 것이지만요.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뛸 가능성도 있습니다. 래피단에너지는 "미군의 작전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방해 능력을 의미 있게 약화하지 못했으며, 향후 몇 주 동안 그럴 가능성도 작다고 계속 평가한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개입하여 홍해 우회로를 차단할 가능성도 여전히 70%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맥쿼리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상승해도 이러한 상황에서 예외적 움직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 헤지 청산→주가가 잘 버티는 이유
주가가 잘 버티는 데 대해 일부에서는 투자자들이 헤지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는 게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엇 분석가는 "증시가 횡보하거나 소폭 하락하겠지만 '폭락'이나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실제 나타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하거나 완전한 '패닉' 상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일부 투자자는 헤지 전략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일부가 투자자들이 풋옵션 매도 등 헤지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이 잘 버티자, 큰 폭 조정을 예상했던 사람들도 조금씩 돌아서고 있습니다.
야데니리서치는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시장에서는 안도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로 향하는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우리는 S&P500 지수가 이번 사태로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주 금요일 1월 27일 최고치에서 5% 하락한 게 손실의 전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드 야데니 설립자는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정학적 위기에 대해 회복력을 키워왔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유가는 지난 7일 중 나흘 동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었지만, 어제 증시는 지난 금요일의 손실을 만회했다. 이러한 표면적인 안일함은 주요 위험자산 축소가 이미 완료되었음을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다소 부주의해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볼 때도 S&P500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6610선)을 지키고 있고요. 나스닥 지수는 지난 금요일 200일 이동평균선(2만2191) 아래에서 마감했지만, 어제 다시 상향 돌파했습니다. 이 수준 위에서 지속해서 머문다면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3. 엔비디아 못 오르는 이유 3가지
어제 GTC 행사에서 각종 호재를 발표한 엔비디아 주가는 종일 보합권을 오르내렸습니다. 결국 0.7%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200억 달러에 인수한 스타트업 그록의 첫 번째 LPU(그록 3)도 3분기에 나옵니다. LPU는 LLM의 추론 처리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프로세서입니다.
▶에이전트형 AI를 위해 설계된 CPU인 베라 CPU를 공개했습니다. 엔비디아가 CPU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인텔, AMD와의 경쟁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자동차 자율주행 사업을 확장합니다.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플랫폼의 고객사로 현대기아차와 BYD, 닛산 등 여러 자동차 업체를 추가했습니다. 이 플랫폼을 탑재한 우버와는 내년부터 레벨 4 자율주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우주 데이터센터를 위한 AI 컴퓨터 모듈인 '스페이스-1 베라 루빈 스페이스 모듈'을 공개했습니다. 모건스탠리 트레이딩데스크는 "엔비디아가 스페이스-1을 발표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우주에는 전도도, 대류도 없고 오직 복사만 존재한다. 우주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어떻게 냉각할지 알아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능동형 AI 에이전트 플랫폼 '오픈클로'를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네모클로’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안전한 활용을 위해 보안을 강화한 레퍼런스 설계입니다. 젠슨은 오픈클로를 극찬하면서 추론 기능이 변곡점이 도래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월가는 전반적으로 엔비디아에 대해 긍정적입니다. 모건스탠리는 "핵심 메시지는 엔비디아가 추론 기반 분석에서 토큰당 비용 측면에서 확실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루빈 GPU의 합류로 리더십은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고의 추천 종목으로 재확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시티그룹은 "젠슨 황의 기조연설을 통해 엔비디아의 로드맵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 경쟁사보다 빠르게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①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제시하는 미래 전망치나 수치가 아무리 크더라도 시장은 이런 도로 데이터센터를 계속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젠슨은 어제 사업의 60%를 하이퍼스케일러가 차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② 바클레이즈는 "1조 달러라는 수치가 자본 지출 정점/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는 데 실제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이는 예상치 못한 호실적 발표도 아니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2027년까지 1조 달러는 월가의 2025~2027년 데이터센터 매출 추정치 9890억 달러와 거의 같습니다. 자극적 헤드라인이 나왔지만, 내년까지 성장률은 예상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모건스탠리는 "고객들이 1조 달러 가이던스에 대해 브로드컴, AMD보다 성장률이 낮아지는 게 아니냐고 문의해 왔다"라고 밝혔습니다.
③ TD코웬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너무 커져서 더 이상 다른 주식처럼 거래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 이런 요인이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엔비디아가 지금보다 두 배로 커지려면 시가총액이 9조 달러에 육박하는데, 이는 독일과 인도 GDP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라는 겁니다. 이러한 수준의 상승은 점점 더 달성하기 어려우며, 특히 높은 성장을 추구하는 성장주 투자자들이 그렇게 느낀다는 겁니다.
엔비디아의 주가와 달리, GTC에 나왔던 주식들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젠슨은 "엔비디아 칩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하이퍼스케일러,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구축, 사이버 보안, 전력/에너지 등 생태계 전반에 걸쳐 8~10달러의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었지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로 인해 수혜가 예상되는 우버(4.19%)와 리프트(3.76%)는 크게 올랐고요.
현대차, 기아차, 닛산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파트너십을 맺은 아시아 자동차 제조업체 주가도 모두 상승했습니다.
젠슨이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가 에이전트형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힌 효과인지, 서비스나우(1.60%) 인튜이트(1.54%) 워크데이(1.15%) 데이터독(1.82%) 크라우드스트라이크(2.11%) 어도비(0.93%) 등 소프트웨어 주식이 크게 뛰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종 ETF인 IGV는 0.68% 상승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비정형 데이터 분야에서 IBM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IBM은 2.75% 상승했습니다.
손해 본 기업도 있습니다. 젠슨이 구리 네트워크와 광 네트워크를 모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후, 코닝 (-1.64%) 등 광섬유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4. 이어진 금리 하락세
고용정보업체 ADP가 발표한 주간 민간 고용은 2월 28일까지 4주 동안 주당 평균 9000개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지난주 1만5500개에서 감소했습니다.
5. 티미라오스의 매파적 예고
내일 FOMC의 발표는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기준금리 동결은 컨센서스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 동결 확률은 99%에 달합니다. 지켜봐야 할 것은 금리 인하를 원하는 반대표가 얼마나 나올지인데요.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스티븐 마이런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25bp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JP모건은 월러 이사는 반대표를 던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월러 이사는 지난달 말 "2월 고용 데이터가 1월과 마찬가지로 노동 시장의 하방 위험이 감소했음을 나타낸다면,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라고 했었는데요. 2월 고용 데이터는 -9만2000개로 나쁘게 나왔었지요. 하지만 한 달 동안의 수치일 뿐입니다. 민간 고용 데이터는 여전히 나쁘지 않습니다.
시장 관심은 경제전망요약(SEP)과 점도표에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발표했던 것을 업데이트해서 공개하는데요. 성장률 전망은 낮추고 물가, 실업률 전망치는 높일 것으로 봅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GDP 성장률 추정치는 12월 2.3%→1월 2.1%로 낮추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2.5%→2.7%, 실업률은 4.4%→4.6%로 높일 것으로 관측합니다.
6. 금융주 이틀째 강세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군 구성 관련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한 뒤 유가가 조금 더 올랐고, 주가는 상승 폭을 줄였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25%, 나스닥은 0.47%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0.10% 올랐습니다.
7. 급증한 현금…원자재, 신흥시장 '올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전쟁이 터진 뒤인 3월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이 조사에서는 현재의 부정적 투자 심리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조사에는 자산 5290억 달러를 운용하는 181명이 참여했습니다.
성장 낙관론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심리 지표는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응답은 여전히 5%로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응답자들은 8개월 연속으로 사모펀드와 사모채권이 "시스템적 신용 위기"의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고 답했습니다. 응답률은 63%까지 높아졌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