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입시·레테학원…4살부터 '최정상' 향해 달린다
'중간'의 실종
(3·끝) 상위 1% 목 매는 韓…불안한 부모들 사교육 '올인'
해외 영어캠프·선행학습 등
자녀 '성공 로드맵' 지키려 사활
유아 사교육비만 年 3.3조원
(3·끝) 상위 1% 목 매는 韓…불안한 부모들 사교육 '올인'
해외 영어캠프·선행학습 등
자녀 '성공 로드맵' 지키려 사활
유아 사교육비만 年 3.3조원
지난 20일 오후 5시 서울 도곡동 H 영재원. 수업에 들어간 4세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불안해하자 강사는 급히 부모를 찾았다. 부모가 “블록 놀이를 잘 마치면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주겠다”고 달랜 후에야 아이는 다시 수업에 들어갔다. 유명 사고력 수학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선행 학원’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유모차가 여러 대 주차돼 있었다.
오후 6시 인근의 M 사고력 수학학원. 수업을 마친 원생이 신난 발걸음으로 나오면서 이후 일정을 묻자 부모가 답했다. “오늘은 저녁 식사 후 ‘홈워크’(숙제학원)에 가는 날이야.” 건너편 G 영어학원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캐리어를 끌고 하원하고 있었다.
◇ “빨리…더 빨리”
학부모가 두려워하는 것은 ‘성공 로드맵’에서의 이탈이다. 예비 초등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강모씨는 지금까지 자녀 교육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로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은 것을 꼽았다. 맞벌이 가정이라 사립초에 보냈는데, 입학 이후부터 자녀가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킹에 대한 부담을 덜어보고자 ‘하와이 한 달 살기’ 등 해외 체험 경험도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영어유치원에서 미국 초등학생 수준으로 영어를 습득해 온 친구들과의 격차를 메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이스 이탈을 막고자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수학 선행학습에 집중하기 위해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다니고,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를 보기 위해 생후 20개월부터 등록할 수 있는 영어유치원 준비반(프렙학원)에 간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숙제 과외를 하고, 방학 때마다 하와이, 말레이시아 등지로 영어 캠프를 간다.
◇ 불안을 먹고 자라는 사교육
서울 대치동 학군만의 얘기는 아니다. 경기도에서 7세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김모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자녀를 교구 중심의 수학학원에 보냈다가 당황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사고력 수학학원에서 선행학습한 탓에 수준이 맞지 않으니 보충수업이나 개별 과외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학원은 학부모의 불안감을 파고든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초1, 수학 머리를 만드는 골든타임’ ‘중고등 수학을 판가름하는 3학년 수학’ 등의 홍보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육당국이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한다고 하자 초등학교 국어학원 체인으로 유명한 G 학원은 지난 연말 초등 전문 AI 독서문해학원 100곳을 동시에 개원했다.
자녀가 ‘좋은 직업’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부모의 불안감이 사교육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실증 분석 결과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교육 의존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고찰 및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의 경쟁압력 점수가 1점 증가할 때 자녀의 사교육 비용은 2.9% 늘어났다. 부모의 경쟁압력은 입시 경쟁에서 발생하는 부모의 불안감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성민 KDI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는 ‘성공의 문’이 좁은 구조”라며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의 불안과 경쟁 심리가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은 불안감을 먹고 자란다”며 “AI 시대에 미리 대비해야 급변하는 시대에 생존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교육업계의 새로운 연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