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직접 처벌 규정은 없어
2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베란다에서 생선 말리는 집'이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이 공유돼 화제가 됐다. 작성자 A씨는 지난 16일 환기를 위해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가 심각한 악취를 맡았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집 안 문제로 생각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밖에서 집을 올려다본 뒤 냄새의 출처를 확인했다. 윗집 베란다 난간에 생선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공개된 사진에는 아파트 외벽 베란다 난간에 여러 마리의 생선이 빽빽하게 걸려 있는 모습이 담겼다. 창틀 바깥 공간을 활용해 건조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는 "주거 밀집 지역인 아파트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생선을 말리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A씨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윗집에 생선을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윗집 부부는 "이런 것까지 뭐라고 하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남편은 욕설과 함께 "그냥 놔두라"며 화를 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평소에도 층간소음으로 괴롭히는데 이제는 냄새 공격까지 한다"며 "새벽에 청소한다고 쿵쿵거리고, 조심해달라고 하면 뭐가 시끄럽냐고 한다. 집에 수험생이 있다고 말했더니 일부러 손자까지 불러 더 뛰어다니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진다. 비슷한 고민을 겪은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사연이 확산하자 온라인에서는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누리꾼들은 "시장 건어물 가게나 수산물 시장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저게 무슨 민폐냐", "공동주택 개념을 모르는 것 같다", "우리 집 윗집이었으면 당장 관리사무소에 신고했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바람 불 때마다 집 안으로 들어올 비린내는 누가 책임지나", "까마귀나 갈매기가 쪼아 먹다 떨어뜨리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잠깐 말리는 것일 수도 있는데 너무 각박하게 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공동주택 에티켓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압도적이었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는 단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이웃의 주거 환경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생선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인근 세대로 확산할 수 있고, 세탁물 건조나 실내 환기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물이 아래층으로 떨어져 오염을 유발하거나, 파리·모기 등 해충과 조류를 끌어들여 위생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아파트 베란다에서 생선을 말리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악취 등으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 층간소음 역시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8월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을 고의로 낸 주민에게 법원이 위자료 총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사례도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