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K뷰티 이어 'K하우스' 뜬다…지자체 앞다퉈 '한옥' 러시
병오년(丙午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일대에서 외국인관광객과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솔 기자
병오년(丙午年)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일대에서 외국인관광객과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솔 기자
K팝, K뷰티에 이어 ‘K하우스’가 새로운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전통 주거 양식인 ‘한옥’이 관광 자산을 넘어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 북촌, 전북 전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한옥마을이 생겨나고, 직접 살아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한옥 공공주택도 등장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각종 한옥 활성화 정책을 소개한다.

수원 한옥마을, 사업 착수 6년 만에 개장

수원 팔달구 '남수동 한옥체험마을' 설계 당선작. 수원시 제공
수원 팔달구 '남수동 한옥체험마을' 설계 당선작. 수원시 제공
국토교통부와 경기 수원시는 ‘남수동 한옥체험마을’이 이르면 오는 3월 개장한다고 28일 밝혔다. 수원 팔달구 남수동 일원에 공공 한옥을 짓는 사업이다. 연면적 약 3000㎡ 규모로 60여 명을 수용하는 한옥 13개 동이 들어선다. 수원 화성을 조망할 수 있는 찻집이 함께 조성된다.

이 사업은 2021년 착수해 2023년 준공이 목표였지만 공사비 상승 등 영향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의 새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관광객 소비가 늘어나 구도심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한옥마을 관련 조례. 건축공간연구원 제공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한옥마을 관련 조례. 건축공간연구원 제공
한옥마을은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한옥이 10가구 이상 연계된 곳을 뜻한다. 지자체마다 한옥밀집지역, 한옥지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조례에 따라 보존이 필요한 곳으로 지정되기도, 체험·숙박과 부대시설 중심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서 추진된 한옥마을 조성 사업 장소는 7곳 정도다. 올해 기준 서울 은평 뉴타운과 인천 송도 한옥마을은 준공됐고, 경기 화성 동탄·화성태안3·광교·의정부민락2는 사업이 멈췄거나 답보 상태, 경기 남양주 별내는 계획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한옥마을 현황(2023년 기준). 건축공간연구원 제공
전국 한옥마을 현황(2023년 기준). 건축공간연구원 제공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충남 충남도청신도시 2채, 세종 행복도시, 전남 행복마을·화순 햇살마을·도청소재지 남악신도시 일부 지역 등이 공사를 마쳤다. 전북 완주 오성한옥마을, 충남 공주 한옥마을 등도 준공됐다.

서울시 한옥 공공주택, ‘299대 1’ 경쟁률 기록

보문동 7호 '미리내집 공공한옥' 내부 모습. 서울시 제공
보문동 7호 '미리내집 공공한옥' 내부 모습. 서울시 제공
주거 가능한 공공 한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미리내집 연계형 공공 한옥’ 7가구를 모집했다. 신생아가구·신혼부부·예비 신혼부부 등에게 공공 한옥을 시세의 60∼70% 수준으로 임대하는 주택이다. 살던 중 자녀를 출산하면 10년 거주 후 장기전세주택으로 우선 이주 신청도 할 수 있다.

평균 경쟁률은 299대 1로 치열하다. 7가구 모집 정원에 2093명이 신청했다. 단일 매물 기준으로 ‘보문동 7호’가 956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전 최고 기록이던 제6차 미리내집 평균 경쟁률(69.7대 1), 단일 매물로 최고치였던 제4차 미리내집 호반써밋 개봉(759대 1)의 기록을 모두 넘어섰다.

인력 키우고 산업화…‘한옥 활성화’ 나서는 정부

한옥을 짜맞추는 작업 현장 모습. 오유림 기자
한옥을 짜맞추는 작업 현장 모습. 오유림 기자
정부는 한옥 전문 인력을 늘리고 ‘모듈러 한옥’을 제도화하는 등 한옥의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 도시에서 한옥을 다수 생산할 수 있는 ‘한옥 산업단지’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6일 찾은 전북 고창군 전북대 고창캠퍼스 한옥건축관. 나무를 다듬던 진모 씨(33)는 “일반 주택에서도 한옥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내장재를 현대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 씨(41)는 “이론보다 실습 비중이 높아 현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국토부는 다음달 100명 규모의 한옥 전문 인력 양성 기관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한옥 건축 과정에서 큰 부담으로 꼽히는 인건비와 유지·관리비를 낮추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한옥은 ‘이음과 맞춤’ 기법으로 자재를 부분별(기와·담장 등)로 모듈화할 수 있다. 하지만 장인이 공방 단위로 운영하다 보니 규모의 경제가 나오지 않아 건축비가 일반 건축물보다 높은 편이다. 남해경 전북대 한옥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일반 아파트의 3.3㎡당 공사비가 800만~1000만원대라면 한옥은 1500만원 이상”이라며 “건축비만 줄여도 한옥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남해경 전북대 한옥건축학과 명예교수가 한옥의 이음과 맞춤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유림 기자
남해경 전북대 한옥건축학과 명예교수가 한옥의 이음과 맞춤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오유림 기자
인력을 키울 공식 교육기관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전북대는 4년제 학부인 한옥건축학과와 대학원 한옥학과(석사 과정), 5개의 직업 과정(한옥설계전문인력양성·한옥기능인력양성·목조건축·가구디자인·인테리어디자인)과 취미 과정(한옥 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는 교육기관을 추가로 지정해 한옥 인력 양성 체계를 넓힐 방침이다.

국토부는 한옥 산업 기반 정비에도 나선다. 지금까지 건축물대장에 ‘목조건물’ 등으로 포괄 표기돼온 한옥을 별도 구분하도록 건축법 시행고시 개정을 추진한다. ‘한옥목구조’ ‘한식목구조’ 등의 표현이 거론되고 있다. 건축 기준 완화를 위한 ‘한옥 건축 활성화 연구’ 용역도 진행 중이다. 기존에 전통 한옥으로 인정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가 많았는데 이를 완화한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2030년까지 한옥 설계부터 제작·시공·유지보수, 수출까지 연결하는 ‘한옥 건축 산학연 클러스터(산업단지)’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한옥 등 고유 건축자산은 건축규제 특례를 통해 주차장 면적 확보 등 일부 건축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북 고창, 완주 등이 한옥마을 조성에 관심을 보였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