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갈등에 '셀 아메리카' 조짐…덴마크 연기금 "美국채 전량 매각"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관세’가 미국 자산 매도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뉴욕증시와 미국 국채, 달러가 모두 약세를 나타냈다.
○자본으로 압박 나선 유럽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카데미커펜션은 미국 정부 재정 취약성을 이유로 미 국채 투자를 전부 철회하기로 했다. 안데르스 셸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국가가 아니고, 미국 정부 재정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위험 관리와 유동성 확보가 미 국채를 보유하는 유일한 이유인데, 우리는 그것에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연기금은 교사, 학자들의 노후 자금 약 250억달러를 운용한다.셸데 CIO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위협이 미 국채 매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미국과 유럽의 갈등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물론 그런 상황이 결정을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자문 회사 드베어 그룹의 나이절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자본시장 자체가 지정학적 압박 수단으로 부상할수 있는 것”이라며 “자본 압박은 금융시장 신뢰, 통화, 채권시장, 주식시장을 동시에 흔들며 더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이 자본전쟁으로 확대될까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자본전쟁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미국 국채 등을 매수하려는 성향이 이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채를 보유 중인 국가가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으면 미국 자산을 추가로 매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럼에도 미국은 계속 대량의 부채를 발행하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유럽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겠다고 위협할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유럽(3조6350억달러)은 아시아(3조7940억달러)와 거의 비슷한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아와 달리 유럽은 대부분 중앙은행이 아니라 민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 국채 매각은 채권 금리 상승과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유럽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울 수 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그룹 분석가는 “정부가 유럽 민간 투자자에게 달러 자산을 매각하라고 강제할 수단은 거의 없다”며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유로화 자산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는 것 정도”라고 진단했다.
○美 채권 가격 하락
이날은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심리가 시장을 지배했다. 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06% 하락 마감했다.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둘러싸고 갈등했던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뉴욕증시 마감 무렵 20.09로 올라 작년 11월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무역갈등 심화 우려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몰려 금·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선물 가격은 이날 트로이온스당 4700달러 선을 돌파했고 은 선물 역시 장중 95.78달러까지 급등했다. 은은 올해 들어서만 30% 이상 올랐다.
반면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시간 전장 대비 0.8% 떨어진 98.6을 기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