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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 위 새기는 겨울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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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달구는 아이스링크
겨울 달구는 아이스링크
마법 같은 풍경은 국경을 초월한다. 지구 반대편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센터 앞 트리 밑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연인이 무릎을 꿇고 사랑을 맹세하는 순간, 지켜보던 수백 명의 이방인은 하나가 돼 환호한다. 낭만은 대서양 건너 유럽으로 퍼진다. 파리 ‘그랑팔레’의 투명한 돔 아래에서는 예술 같은 스케이팅이 펼쳐지고, 런던 ‘서머싯 하우스’와 ‘배터시 파크’의 고풍스러운 뜰은 빛의 축제로 물든다. 부다페스트 ‘시티파크’의 광활한 은반 위에서도 사람들은 삶의 무게를 잊은 채 겨울을 지친다.
서울의 겨울도 낭만의 대열에 합류했다. 남산 자락의 특급 호텔들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은반을 내어주고, 시청 앞 광장은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해방구가 된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백화점들이 재현해 낸 크리스마스 마켓도 그렇다. 뱅쇼 한 잔의 달콤한 향과 오르골 소리는 서울 한복판을 순식간에 독일 뉘른베르크의 어느 광장으로 바꿔놓는다.
우리가 이토록 겨울의 밤을 사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얼음을 가르는 날카로운 마찰음, 허공으로 흩어지는 하얀 입김,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는 조명이 빚어내는 그 몽환적인 찰나의 순간들이 우리의 추운 겨울을 기다려지는 계절로 만들기 때문이다.
남산의 고요한 숲속부터 맨해튼의 빌딩 숲, 그리고 유럽을 닮은 잠실의 마켓까지. 차가운 얼음 위에 퍼지는 뜨거운 열기가 이 계절의 풍경을 기록한다. 이제 스케이트 끈을 단단히 조여 맬 때다. 지금 당신의 겨울이 은반 위에서 반짝이고 있으니.
서울 야경 조명삼아 얼음 위 산책…'핫'플레이스 된 아이스링크
빛나는 서울의 겨울
남산 중턱에서 구름을 걷는 듯
서울 야경을 발아래에 두고 얼음을 지치는 경험은 남산 자락에 있는 특급 호텔만 줄 수 있는 특권이다. 지난 13일 2년 만의 재정비를 마치고 화려하게 귀환한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의 ‘오아시스 아이스링크’는 서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링크다. 여름철 북적이던 야외 수영장은 겨울을 맞아 길이 63m, 폭 17m의 거대한 은반으로 변신한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링크 위는 크게 붐비지 않는다. 마치 전세라도 낸 듯 얼음을 독차지하며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럭셔리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미식은 의외로 소박하다. 링크 옆 ‘아웃도어 키친’에서는 따끈한 어묵과 호떡, 라면 등 친근한 겨울 간식을 판매한다. 샹들리에 같은 조명 아래에서 호호 불며 먹는 떡볶이의 맛. 이 묘한 이질감이 주는 재미야말로 MZ세대가 이곳에 열광하는 이유다. 내년 2월 18일까지 운영한다.
1980년대부터 서울의 겨울을 상징해온 그랜드하얏트서울 아이스링크는 클래식 그 자체다. 5일 문을 연 이곳은 남산 중턱에서 한강과 강남 도심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탁 트인 전경은 낮에는 시원한 개방감을, 밤에는 쏟아지는 도심의 불빛으로 물든 낭만을 선사한다. 꼬마전구 수천 개가 나무를 감싸며 만들어내는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 덕에 수십 년간 연인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도심 속 ‘빛의 고리’가 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도심 한복판 서울시청 앞 광장 스케이트장은 모두에게 열린 ‘거대한 축제’의 장이다. 호텔 아이스링크의 한적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대신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응축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한’ 풍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올해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연간 기준 역대 최다였던 2019년 1750만 명을 넘어 1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많은 이방인에게 도심 한복판에서 1000원으로 즐기는 스케이팅은 놓칠 수 없는 필수 코스다.
개장식 날에는 피겨 스타 차준환과 심석희 선수가 은반 위를 빛낸다. 타악기 그룹 라퍼커션 공연이 열린다. 전북 군산시와 협업해 마련한 ‘로컬 마켓존’도 들어선다. 군고구마와 군밤, 군산 명물 박대, 짬뽕 등 지역 특산물이 스케이트를 탄 뒤 허기진 배 를 든든하게 채워줄 것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