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배당소득 분리과세, 중장기 머니무빙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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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배당소득 분리과세, 중장기 머니무빙의 ‘신호탄’
[마켓칼럼]배당소득 분리과세, 중장기 머니무빙의 ‘신호탄’
홍성관 라이프자산운용 부사장

어느 송년회 자리에서 한 지인이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과연 주식시장에 얼마나 영향이 있겠어요?” 다소 회의적인 어투였다. 배당을 늘린다고 주식투자가 늘어나겠냐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배당보다 시세차익에 관심이 많고, 배당주는 오히려 성장성 없는 주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 않냐는 지적이었다. 소액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세율의 차이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직접적인 절세 효과 측면만 본다면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숲을 본다면,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이 제도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유의미하다.

첫째, 기업들의 배당정책이 점차 주주 친화적으로 변할 것이다. 사회적인 요구 때문만이 아니라, 지배주주가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편익을 최대한 활용할 목적으로 배당성향을 지속적으로 높일 것이다. 배당총액이 늘어나면 소액 투자자들도 그만큼 더 많은 배당을 받게 되며, 이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주식을 보유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다.

둘째, 분리과세는 투자 수익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종합과세에서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늘어나면 배당소득의 세율도 함께 올라가 실제 수령액을 예측하기 어렵다. 반면 분리과세는 다른 소득과 무관하게 일정한 세율이 적용되므로, 투자자들은 배당금으로부터 얼마의 세후 현금흐름이 발생할지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 덕분에 개인의 재무계획 수립은 더욱 쉬워지고, 고배당주를 중장기 자산 배분의 한 축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셋째, 고배당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 단기 시세차익이 아닌 안정적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고배당주의 수급 구조와 밸류에이션이 개선되고 주가 변동성도 완화될 것이다. 이는 소액투자자들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단순한 세제 개편이 아니라 기업의 배당 정책과 시장의 투자 문화를 중장기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배당소득 과세 어떻게 바뀌나

내년 1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고배당 성향의 상장주식에 투자해서 수취하는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종합소득과세표준에 합산하지 않고 14%에서 최대 30% (지방세 불포함)의 분리 과세율이 소득 구간에 따라 적용된다. 이는 2017년에 일몰되었던 “조세특례제한법” 제104의27(고배당기업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특례)를 다시 신설하는 것이다.

<출처: 기획재정부>

기존에는 배당과 이자 등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면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여 누진세율을 적용받았다. 여기에서 종합소득이란 이자, 배당, 사업(부동산 임대), 근로, 연금, 기타소득을 말한다.

<출처: 국세청>

지배주주도 배당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

물론 이번 개정은 시장의 기대치에는 조금 못 미친다. 시장은 애초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안처럼 일괄적으로 25%를 적용함으로써, 지배주주들과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상당 부분 일치시킬 수 있기를 원했다. 이번처럼 세율의 차이를 두면,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배당보다는 회사에 현금을 쌓아두고 나중에 27.5%(지방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받는 양도의 방법을 선호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쉽지만 배당이 필요한 지배주주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번 개정을 환영할 만하다. 주식을 상속이나 증여받은 지배주주가 그 예다. 이들은 지분은 당장 팔 수 없고, 상속세와 증여세는 연부연납으로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세금을 내는 처지가 된다. 세금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배주주는 배당이 필요하고, 어차피 배당을 할 수밖에 없다면, 분리과세로 인한 절세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1000억 원 상당의 지분을 보유한 지배주주가 연간 50억원의 배당소득(배당수익률 5%)을 받았다고 치자. 종합소득세율 49.5%를 적용하면 (다른 소득은 차치하고) 소득세 24억7500만 원을 내고 실수령액은 25억2500만 원이다.

이 지배주주가 분리과세를 받으면 33%인 16억5000만 원을 세금으로 내고 33억5000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8억2500만원의 세금이 기존보다 줄어드는 셈이다. 1000억 원이나 보유한 자산가에게 8억원 절세가 큰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경험상 이런 자산가들은 이보다 적은 금액의 절세에도 예민하다. 게다가 배당은 매년 발생하고, 10년이면 80억 원이나 된다.

이렇게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배당총액이 늘게 되고, 자연스럽게 소액투자자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

은행 예금 &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빙

분리과세가 적용되면 위험회피 성향이 큰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행태가 분명히 변할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3% 초반 수준이다. 즉 종합소득세율 49.5%를 적용받는 고액 자산가들의 예금 세후 수익률은 대략 1.5%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물가상승률 2~3%를 고려하면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감소하는 역마진 상황이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고배당ETF의 구성종목 상위 10개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약 4.94%이다. 분리과세로 최대 33%를 적용받으면 세후 수익률이 3.31%로, 예금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실질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1년, 5년, 10년 장기로 갈수록 이 격차는 복리효과까지 더해 커질 것이다.


<출처: 삼성자산운용>

물론 주식투자는 주가의 하락 가능성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또 고배당 전략이라고 해서 높은 배당수익률만 쫓아서도 안 된다. 시가배당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싸다는 것인데, 그 이면에는 기업의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양 산업에 속한 기업이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기업은 일시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이더라도, 향후 배당 삭감이나 중단 가능성이 크다. 또 주가의 하방 위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현재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해서는 안 되며, 기업의 이익 안정성, 배당 지속가능성, 산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선별된 고배당 전략의 핵심은 단기 시세차익이 아닌 장기 배당수익 확보에 있다.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들은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성숙 기업이 대부분이며,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해 경기 침체기에도 배당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장기 보유 시 누적 배당금이 주가 변동성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안정성이 확보된다. 이러한 '배당 쿠션 효과'는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강력해져서, 15~20년 장기 보유 시에는 주가가 매수가격 아래로 내려가더라도 누적 배당만으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금융지주 주식을 살펴보자. 올해 들어 정책 변화와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큰 폭 상승하면서 배당수익률이 전년 대비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금융지주들은 여전히 3~4%대의 안정적인 배당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또 주요 금융지주들은 향후 배당성향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오고 있다. 대기업 지주사들 역시 매력적인 고배당 투자처다. 이들은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배당수입을 바탕으로 높은 배당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지주사는 계열사의 사업 다각화로 리스크가 분산되어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빙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의 월세 수익률과 비교해도 고배당주의 매력이 부각된다. 여기에 재산세 관리비 공실 위험 등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펀드, 리츠도 분리과세 포함되어야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영역들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펀드 수익에 대한 과세다. 펀드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은 현재 소득세법상 배당소득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배당소득 분리과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펀드가 상장주식에 투자하고 수취하는 배당소득이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과 사실상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율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 사이에 세제상 불합리한 차별을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90% 수준의 배당성향이 의무화되어 있는 상장 리츠도 배제됐다. 상장 리츠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분리과세가 적용된다면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는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고 올 수 있는 훨씬 매력적인 유인이 될 것이다.

부동산 직접 투자의 번거로움 없이, 안정적인 배당 수익과 함께 유동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상당수 보수적 투자자들이 상장 리츠로 눈을 돌릴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과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정책 조합이 될 수 있다.

K-5000을 넘어서

물론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다른 정책들과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엄청난 파급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 충실의무 확대가 실제 자리를 잡고, 자사주 매입소각 의무화가 법제화되는 등 이른바 '주주친화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배당 분리과세와 함께 작동한다면, 단기적 주가 부양에 머물지 않고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개선, 장기 투자 문화의 정착,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개미 투자자들이 이 변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