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현재 AI는 버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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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현재 AI는 버블일까?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

AI는 거품일까

미국 증시는 지난달 말 고점을 찍은 이후 여러 우려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11월28일 종가 기준 S&P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달 말 고점 대비 각각 약 0.6%, 2.47% 하락했다. 지수만 보면 낙폭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 주도주인 대형 기술주들은 알파벳과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고점 대비 평균 10%가량 조정을 받았다. 서학개미들이 선호하며 올들어 한동안 큰 폭으로 올랐던 미국 중소형 기술주의 주가는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2023년 이후 인공지능(AI) 테마가 이끄는 장기 강세장 와중에도 몇 차례 의구심과 위기가 불거지며 조정 국면이 있었다. 되돌아보면 시장의 위치를 어떻게 판단했느냐에 따라, 당시 위기는 모두 기회가 됐다. 이번 하락도 소음과 신호를 구분해낼 수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볼 수 있는 구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유동성 문제(금리 인하 기대 되돌림, 코인 청산 문제)와 AI 버블 우려가 시장 조정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유동성 문제는 결국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시점이 오면 시장이 반등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 문제는 추세를 좌우할 수 있는 AI 버블의 실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인데, 최근 제기되는 버블 우려는 결국 지나갈 ‘소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부각된 우려 요인을 네 가지로 정리해 보면 ① 부채에 기반한 AI 투자 급증, ② AI 반도체 감가상각 기간의 과대 설정 가능성, ③ 엔비디아 매출채권 문제, ④ AI 수익화 우려다.

AI 설비 투자는 그동안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빅테크들의 막대한 현금 흐름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부터 빅테크들이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면서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IT 버블 당시에도 버블 말기에 기업들의 부채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후 버블 붕괴 과정에서 고통을 키우는 요인이 됐던 기억이 있다.

다만 현재 AI 인프라 기업들의 부채 조달은, 오히려 부족한 AI 투자 자금을 부채로 메우면서 레버리지 효과를 보기 시작하는 초입 국면으로 판단한다. 2025년 하반기 들어 기존 모델보다 100~1,000배 더 많은 연산량을 필요로 하는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연산 수요가 급증했고, 여기에 대응하는 막대한 AI 투자가 필요한데 기존 빅테크들의 현금 흐름만으로는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부채비용보다 클 때 부채 증가는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요인이다.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지금 우리 식당이 장사가 너무 잘되기 때문에 은행 대출을 받아 추가 설비를 들이고 직원을 더 고용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레버리지 효과’라고 부른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들의 ROIC는 대략 20% 수준에 이르는 반면, 세후 부채비용은 5%에 못 미친다. 약한 고리로 자주 언급되는 오라클조차 현재 ROIC가 약 14.2%, 부채비용은 5.1% 수준으로 ROIC가 크게 상회한다.

버블이 터지려면 이미 버블이 충분히 쌓여 있어야 한다. IT 버블 당시에는 1998년 9~11월 75bp(0.75%포인트) 금리 인하 사이클 이후 S&P 500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12개월 후행 순부채/EBITDA 비율이 3.5배에서 상승하기 시작해, 2000년 1분기 버블 정점까지 4배 수준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순부채/EBITDA 비율은 0.5배를 넘지 않는다. 아마존은 약 0.4배,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0.1배 수준이며, 알파벳은 오히려 순현금 상태다. 터질 ‘부채 버블’이 아직 충분히 쌓여 있지 않다는 의미다. 오라클의 순부채/EBITDA는 약 3.9배지만, 이는 하이퍼스케일러 중 시장점유율이 가장 작은 기업의 개별 이슈에 가깝다. 산업 전반으로 보면, 지금은 터질 버블을 걱정하기보다는 부채 조달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기 시작하는 초입 국면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AI 반도체 감가상각 과대 평가(내용 연수 과대 설정) 우려는 영화 ‘빅 쇼트’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가 제기한 이슈다. 그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숏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해 큰 수익을 올렸던 인물이다. 그가 문제 삼는 지점은 AI 반도체·서버 등의 실제 수명은 2~3년에 불과한데, 빅테크 기업들이 감가상각 기간을 5~6년까지 길게 잡으면서 이익이 과대 계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11월20일 새벽 엔비디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정면으로 반박하는 코멘트가 나왔다.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GPU 용량은 사실상 ‘완판 상태’이며, 블랙웰(최신 GPU), 호퍼(이전 세대 GPU), 암페어(더 이전 세대 GPU)를 포함한 구·신세대 GPU가 모두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엔비디아 CUDA 기반 GPU의 긴 사용 수명은 다른 가속기에 비해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큰 강점인데, CUDA의 뛰어난 호환성과 방대한 설치 기반 덕분에 엔비디아 시스템은 최초에 가정했던 내용 연수를 훨씬 넘어 장기간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1일에는 엔비디아의 매출채권 문제가 시장에서 부각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놀라운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지만, 매출보다 매출채권(기업이 상품을 판매하고 아직 받지 못한 외상 대금)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한 점을 두고,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인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무분별하게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 역시 대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매출채권 증가는 매출 증가 추이와 비교할 때 과도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의 시스코 사례와 달리 아직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만약 매출채권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상회한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이미 1년 전부터 같은 현상이 지속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 분기에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트리거’라고 보기도 어렵다. 매출채권 회수 위험을 제대로 보려면 매출채권 회전일수를 확인해야 한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매출채권 회전일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재고자산 회전율이 떨어지는 구간에서 버블 붕괴가 일어났고, 엔비디아의 이전 사이클 종료(2018년, 2021년) 시점에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다. 반면 현재 엔비디아의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역사적 평균 수준에서 안정적이며, 재고자산 회전율도 상승 추세다.

마지막으로, 막대한 AI 투자 규모에 비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AI 관련 직접 매출이 아직 크지 않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는 2023년부터 이어져 온 우려이고, 앞으로도 계속 ‘버블론’의 중심에 놓일 만한 지점이다.

다만 AI 기술은 여전히 대규모 수익화로 가는 길 위에 있으며, 지금까지 집행된 AI 투자가 낭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의 AI 투자는 거대한 신규 매출 창출보다는, 순이익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비용 최적화’를 이루는 데 더 집중되어 활용돼 왔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글로벌 고용 컨설팅기업 챌린저·그레이앤 크리스마스(CG&C)의 보고서에 따르면, AI에 따른 인력 대체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야가 기술과 금융 분야라고 언급된다. 흥미롭게도 S&P 500 섹터 가운데 순이익 마진 개선 폭이 가장 큰 곳 역시 기술·금융 섹터다. 한편 기업들의 대표적인 비용 항목 중 하나가 ‘컨설팅’인데,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상장 컨설팅 기업들의 주가는 시장 추세와 차별화되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AI에 따른 대체 현상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 추세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큰 그림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금리 인하 기대 변화, 코인 가격 조정 등 유동성 변수가 만들 국면 전환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이번 위기도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결국 또 하나의 기회였다고 평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