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위 구성 두고 노사 정면충돌…노동자 목소리 배제
1천조 기금 수장 공백 우려, 국민 노후 불안 가중
국민연금 새 이사장 선임 절차, 시작부터 '삐걱'
국민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의 새 이사장 선임 절차가 시작부터 거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 위촉을 두고 노동조합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천조 원이 넘는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관리할 수장을 뽑는 과정이 초반부터 흔들리면서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갈등의 진원지는 이사장 후보를 심사하고 추천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임추위의 구성 문제다.

총 7명의 위원 중 공단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할당된 자리는 단 한 석. 공단 이사회는 지난 13일 이 자리에 노동조합 측 인사가 아닌 전직 이사를 임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임추위의 다른 위원들 역시 정부 관료나 사용자 대표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는 마지막 한자리마저 사측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채워지면서, 이사장 선임 과정 전체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노동자를 향한 냉혹한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위원 한 자리를 둘러싼 힘겨루기를 넘어, 그간 쌓여온 내부 문제들이 터져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금공단 노동자들은 수년간 이어진 인건비 통제와 부족한 예산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렸다고 호소한다.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비좁은 사무실 월세를 다른 예산으로 막고 출장비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낡은 전산 시스템의 잦은 오류와 악성 민원인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현실까지 더해져 직원들의 불만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이처럼 해묵은 과제를 풀고 조직을 안정시켜야 할 새 이사장을 뽑는 과정에서부터 노동자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되자, 억눌렸던 불만이 결국 폭발한 셈이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수백조원의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눈앞에 닥친 연금 개혁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시작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임추위를 통해 선임된 이사장이 과연 온전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내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리더가 거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사회와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리더를 선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