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석권' K-창작 뮤지컬…'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 비결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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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8회 토니상 작품상 등 6개 부문 석권
한국 초연 창작 뮤지컬 첫 토니상 수상 쾌거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독특한 스토리, 한국적 디테일
한국 초연 창작 뮤지컬 첫 토니상 수상 쾌거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독특한 스토리, 한국적 디테일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세계 최고 권위의 연극·뮤지컬상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토니상은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이번 수상은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견줄 만한 성취로 해석된다. 대중음악에서 시작해 영화·드라마 등으로 퍼져나간 K-컬쳐에 대한 열풍이 이제 뮤지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년 전 한국 대학로 무대에서 첫 공연된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에서만 다섯 시즌 연속 오른 히트작이다. 뉴욕대 재학 시절 인연을 맺은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함께 만들었다. 두 창작진은 국내에서 ‘윌휴 콤비’로 두터운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2016년 브로드웨이의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의 러브콜을 받으며 미국 시장에 진출을 준비했다.
올해 토니상을 석권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브로드웨이의 전형적인 작품들과 다른 결로 주목받았다. 가장 독특한 매력은 스토리였다. 거대한 서사나 역사적 배경, 화려한 원작이 있는 기존 브로드웨이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버려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 처음엔 성격 차이로 삐걱거리지만, 둘은 올리버의 옛 주인이 살던 제주도로 함께 떠나게 된다. 그 여정에서 서로를 아끼고 위로하며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버려진 로봇들의 주인을 향한 순애보, 쓸모를 다한 존재의 허무 등 철학적인 주제를 담은 이 작품은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인간의 효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해석된다. ‘로봇이 보여주는 인간보다 더 따뜻한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브로드웨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쓰임을 다하면 버려질 수 있다는 인식, 유효기간이 있다는 슬픔은 인간 모두를 타격하는 지점이다.
지난해 토니상 조명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김하나(미국명 하나 수연 김)씨는 “작년부터 브로드웨이에 작품 내용이 좋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로봇을 통해 인간의 유한한 삶을 얘기하는 보편적인 주제가 통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적 디테일과 브로드웨이형 각색 전략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동시에 수상한 ‘윌휴 콤비’의 공동 창작 방식도 신의 한 수였다. 윌 애런슨과 박천휴, 이른바 ‘윌휴’ 콤비는 영어와 한국어 두 언어로 동시에 대본을 쓰고, 음악과 이야기를 함께 구성한다. 영어 대본은 공동 집필하고, 윌이 작곡을, 휴가 한국어 가사를 맡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두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브로드웨이 정서에 맞는 언어와 감정으로 변환됐다.
한국 버전이 서정성과 내면의 감정을 강조했다면 브로드웨이판은 재즈풍 음악과 미래적인 무대를 통해 보다 세련되고 쿨하게 변모했다. 김소정 뮤지컬 평론가는 “한국 무대가 따뜻하고 서정적이었다면, 브로드웨이는 스타일리시하고 도시적인 분위기로 재해석됐다”고 설명했다. 브로드웨이 버전은 재즈 보컬 캐릭터 ‘길 브렌틀리’가 새롭게 등장하고, 브라스 편성이 확대됐다.
‘소규모·고효율’ 뮤지컬 성공사례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장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려면 프로듀서와 제작진의 네임밸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제프리 리처즈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신뢰도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에 최대 2500만달러(약 340억원)가 드는 브로드웨이 시장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적은 출연진(4명)과 간결한 무대 구성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레이철 서스먼은 “‘어쩌면 해피엔딩’은 적은 수의 출연진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라며 “제작비 부담이 큰 요즘 이 작품은 투자자와 관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밝혔다.
조민선/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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