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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하듯 만들어낸 시간의 예술…화려하게 피어난 전광영의 색
전광영 개인전 ‘타임 블러섬’
페로탕 서울서 7월 5일까지
치자, 구기자, 오미자 등
천연 재료로 물들인
강렬한 색감 작품 돋보여
보랏빛 ‘집합’ 시리즈,
평면 작업 ‘품’ 연작
관람객 앞 첫 선
페로탕 서울서 7월 5일까지
치자, 구기자, 오미자 등
천연 재료로 물들인
강렬한 색감 작품 돋보여
보랏빛 ‘집합’ 시리즈,
평면 작업 ‘품’ 연작
관람객 앞 첫 선
한국인의 정이 깃든 이 보자기 문화에서 작가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은 이가 있다. 전광영 작가다. 그는 한국적 재료와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작가는 미술학도 시절부터 한국인으로서의 뿌리와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을 갈구해왔다. 1970년 미국 필라델피아 예술대학에서 유학하며 미국의 추상 표현주의에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를 회상하면 마음 한편엔 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이질감이 남았다고 작가는 전하곤 한다.
전광영 작가의 신작을 소개하는 전시 ‘타임 블러섬(Time Blossom)’이 서울 강남구 페로탕에서 진행되고 있다. 회고전 성격이 강했던 지난 전시와 달리, 2023년부터 올해까지 작업한 최신 작품 위주로 작가의 긴 화업을 압축해 선보인다.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곧 수행의 연속이다. ‘집합’ 시리즈는 논어나 맹자 등 짧게는 몇 십 년부터 길게는 백 년의 세월을 거친 오래된 문서를 활용한다. 오래된 종이로 감싼 무수히 많은 삼각형의 조각들이 작품을 완성한다. 전국 각지에서 고서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 스티로폼을 잘라 각기 다른 크기의 삼각형을 만들고 각 조각의 크기에 맞춰 고서를 자른 후 조각을 감싸는 과정, 조각들을 하나하나 화면에 배치해 나가는 작업까지, 단번에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들어가는 조각만 해도 작품 크기에 따라 수천개에서 수만개에 이른다. 작가는 붓 대신 손으로 시간을 쌓아가며, 마치 수련하듯 한 점 한 점 조각을 더해간다. 그 속엔 시간과 기억, 그리고 한국적 정서가 차곡차곡 스민다.
작가의 감정처럼 피어난 색
페로탕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색(色)이 있다. 그간 전광영하면 떠오르던 모노톤의 작품이 아닌, 빨강, 파랑, 초록 등 강렬한 색채감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만개한 꽃처럼 활짝 핀 채 관람객을 반긴다.
작가는 색을 내는 데도 우리 전통을 활용했다. 한복에 쪽물을 들이듯 치자나 구기자, 오미자, 감물, 쑥, 홍화, 울금, 석류 껍질, 연지 등 자연에서 채취한 천염 염료로 염색했다. 특히 인디고와 홍화로 빛깔을 낸 보라빛의 집합 시리즈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관람객과 마주한다.
커리어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 작가는 어떤 전환기를 맞이한 듯하다. 박혜미 홍보 담당은 “최근 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작가님께 큰 기쁨이 되고 있다”며 “손녀의 그림에서 받은 영감이 화사한 색채로 되살아나 작품 속에 녹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