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연구 30여년…손성원 경남대 명예교수 별세
'박쥐 혐오'가 드센 한국에서 박쥐 연구를 개척하고, 유일한 전문서까지 펴낸 손성원(孫成源) 경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8일 오후 4시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9일 전했다.

향년 86세.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동북고, 경희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3∼2004년 경남대 생물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한국조류학회·한국동물학회·한국발생생물학회·한국야생동물연구소 이사로도 활동했다.

은사인 원병오(1929∼2020) 전 경희대 교수의 권유로 1970년대 경남대 강사 시절에 박쥐 연구를 시작했다.

2001년 한겨레21 인터뷰에서 "국내에 있는 박쥐 연구 자료라고 해봐야 일제시대 때 일본인 연구자들이 자기네들 것과 비교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돼 박쥐에 대해 알아볼 데가 전혀 없더라구요"
라고 했을 만큼 척박한 환경이었다.

2007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선 "국내에는 박쥐채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없었던 상태라 일본으로 건너가 박쥐 연구와 채집에 대한 방법 등을 배워야만 했다"고 말했다.

1989년 일본 규슈대에서 한국산 박쥐의 발생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30여년간 혼자 힘으로 국내 서식하는 박쥐가 24종이라는 사실부터 생태·발생까지 모든 걸 연구했다.

박쥐는 대여섯명이 짝을 이뤄야 연구할 수 있는 만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고, 폐광 탐사를 하다 메탄가스에 목숨을 잃을 뻔한 일도 있었다.

한겨레21 인터뷰에선 "수평동굴이 수직동굴로 바뀔 때 발을 잘못 디뎌 허방으로 빠지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습니다.

동굴을 탐사하다가 간첩으로 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많았지요, 허허"
라고 했다.

2001년 국내 유일의 박쥐 관련 전문서 '박쥐'(지성사)를 펴냈다.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포유류인 박쥐를 조류로 착각하는 이들이 흔히 갖고 있는 '유리한 쪽으로만 붙는 간사한 동물', '공포영화 속의 흡혈귀'라는 등 오해를 무너뜨리는 내용을 담았다.

고인의 지론은 "낮에 곤충을 잡아먹는 게 새라면, 밤의 세계에서 곤충의 천적은 박쥐입니다.

더욱이 밤 곤충은 모기를 비롯해 대부분 해충이니 박쥐를 보호할 가치가 충분한 셈이죠"
라는 것이었다.

제자들과 함께 폐광에 박쥐가 드나들 수 있는 전용 출입구('bat gate')를 마련하는 등 서식지 보존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고인의 마지막 꿈은 "건강만 허락되면 북한과 손을 잡고 북한에 서식하는 박쥐와 동북아 박쥐 등 한반도 박쥐에 대한 체계를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2006년 10월 위암 수술 후 오래 투병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제자이자 '박쥐' 공저자인 최병진 한국자연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수업 전에 꼭 1시간 정도 공부를 하신 뒤에 거울을 들여다보며 단장할 만큼 다른 이에게 작은 흠도 보여주지 않는 분이셨다"며 "정갈한 옛 선비같았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이화자씨와 1남1녀(손상범<영남대 교수>·손희정), 사위 이근형(동의대 교수)씨, 며느리 신정임씨 등이 있다.

빈소는 대구 모레아 장례예식장 103호실, 발인 11일 오전 8시30분.
아들 손상범 교수는 "일단 (부친의) 유골을 대구 명복공원 납골당에 모셨다가 내가 퇴직하고 나면 (북한 박쥐가 보이는) 파주 임진각 쪽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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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