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커버 스토리] 열 배 가깝던 한일 소득 격차 두 세대 만에 따라잡았어요
협력 필요했던 두 나라
식민 지배의 치욕을 안겨 준 나라였지만, 한국은 일본이 필요했습니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20년이 지난 1965년에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겨우 109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어요. 경제 개발을 위해선 공장도 짓고 도로도 깔아야 하는데, 그럴 돈이 없었죠. 한국에 절실했던 돈을 가진 나라가 일본이었습니다. 일본도 한국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일본 역시 자국 기업의 수출 시장으로서 한국이 필요했으니까요.군사·안보 측면에서도 두 나라는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옛 소련(러시아)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했어요.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북한과 옛 소련, 중국의 위협에 함께 맞서야 했어요. 이런 배경에서두 나라는 1965년 6월 한일 기본 조약을 통해 정식 외교 관계를 맺었습니다.
극일의 선봉에 선 기업들
한일 수교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전환적이 됐습니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포항제철을 지어 철을 생산하고,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해 전국을 하나로 연결했어요. 소양강댐 등 다목적댐도 지었죠. 양국 기업들의 기술 협력도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기업들이 일본의 기술을 배우거나 빌려 와야 했지만, 나중에는 독자적 기술로 일본 기업들을 매섭게 추격했어요.19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일본 기업들의 독무대였어요. 그런데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5메가 D램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일본 기업들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바람에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경영 위기에 빠졌어요.
과거 현대자동차는 엔진 기술이 없어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의 엔진을 들여와서 차를 만들었어요. 그러나 끊임없이 연구를 거듭한 결과 1991년 최초의 국산 엔진을 개발했고, 지금은 미쓰비시 자동차보다 훨씬 큰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이 되었습니다.
60년 만에 이룬 기적
한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특히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이후 침체에 빠지면서 두 나라의 격차는 좁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2023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습니다. 작년에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보다 높았어요. 1965년 한일 수교 당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9배가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비록 1인당 소득에선 한국에 역전당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여러 산업 분야에서 한국에 앞서 있는 선진국입니다. 협력하고 경쟁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는 두 나라의 숙명적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by 유승호 기자
‘을씨년스럽다’는
을사늑약에서 시작됐다?
을사늑약에서 시작됐다?
‘을씨년스럽다’는 날씨나 분위기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하다, 또는 살림이 매우 가난하다는 뜻입니다. 이 단어를 검색해 보면 을사늑약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 직후 참담하고 침통한 사회 분위기를 뜻하는 말로 을씨년스럽다는 단어가 생겨났다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은 좀 다릅니다. 미국인 선교사 제임스 게일이 1897년 우리말 단어를 영어로 풀이한 한영사전을 만들었는데요, 이 사전에 이미 ‘을사’라는 말이 있었어요. 게일은 을사를 ‘가난과 고통을 뜻하는 표현’이라고 풀이했어요. 조선 시대인 1785년 을사년에 심각한 흉년이 들어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는데요, 이후 을사라는 말이 가난과 고통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고 합니다.
1785년엔 대기근, 1905년엔 을사늑약. 을사년엔 정말 큰 사건이 많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