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롯데월드 마스코트 뭐였더라"…'K테마파크' 점령한 해외 캐릭터들
국내 테마파크들이 외부 캐릭터를 테마로 파크를 꾸미고 관련 이벤트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자체 캐릭터가 대중적인 인기를 못 얻는 상황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외부 캐릭터를 끌어오고 있다. 글로벌 테마파크 대비 갈수록 떨어지는 모객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단기적으론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테마파크가 갖는 고유의 테마를 희석시킨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외부 캐릭터 모시기 혈안
에버랜드는 올 겨울 내내 핀란드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무민(Moomin)' 테마로 꾸며졌다. 무민은 핀란드 캐릭터지만, 캐릭터의 한국 판권은 일본의 3대 상사인 이토추 상사가 갖고 있다. 에버랜드는 올 겨울 파크의 주요 지역을 무민으로 꾸몄다. 인기 어트랙션인 페스티벌 트레인도 무민 기차로 바꾸고, 무민과의 캐릭터 만남도 만들었다. 하이라이트 공연인 불꽃놀이도 무민 테마로 바꿨다. 에버랜드의 핵심 지역인 '글로벌 페어'에는 대형 무민 조형물이 설치됐다. 과거에는 캐릭터로 일부 지역을 꾸미는데 그쳤다면 이번엔 파크 어트랙션부터 공연까지 테마를 갈아 끼운 수준이다. 무민 테마파크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외부 캐릭터로 파크를 꾸미는 동안 에버랜드의 고유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밀려났단 지적이 나왔다. 레니와 라라를 앞세운 에버랜드 고유 캐릭터들은 퍼레이드와 일부 구역을 제외하면 더 보기 힘들어졌다. 이들을 중심으로 했던 공연도 서커스형 공연으로 바뀌었다. 테마파크 업계에서 에버랜드 고유의 지식재산권(IP)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다. 30년 넘는 기간동안 고유 캐릭터 확보에 여러차례 실패했던 에버랜드가 또 다시 이를 반복하고 있단 얘기다.
◆대형 투자없이 외부 캐릭터만
외부 캐릭터를 테마파크에 들이는 건 테마파크 업계에서 고육지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통상 테마파크들은 자체 캐릭터의 IP파워를 높이기 위해 외부 캐릭터를 매우 제한적으로 노출시킨다. 무민의 사례처럼 공연까지 해당 캐릭터의 테마로 바꿔버리는 사례는 전세계 테마파크 사례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다. 국내 대형 테마파크들이 단기 모객을 늘리고자, 외부 '게스트'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는 얘기다.세계테마파크엔터테인먼트협회(TEA)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2023년 글로벌 테마파크 순위가 전년 대비 3계단 떨어진 19위에 그쳤다. 롯데월드도 23위로 다섯 계단 떨어졌다. 국내 테마파크들은 제대로 된 대형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에버랜드는 2013년 로스트밸리를 도입한 후 별다른 대형 어트랙션을 추가하지 않았다. 롯데월드도 대형 어트랙션이나 테마 구역 개발이 글로벌 경쟁 테마파크 대비 더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도쿄 디즈니랜드나 오사카 유니버셜스튜디오, 베이징 유니버셜스튜디오, 상하이 디즈니랜드 등 중국과 일본이 대규모 테마파크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한 테마파크 컨설팅 업체 대표는 "국내 테마파크 관계자들은 자체 IP파워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매출로 이어지고 성과가 난 게 사실이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할 순 없다는 업계 내부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테마파크와 아울렛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테마파크 고유의 매력을 놓칠 수 있단 지적이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