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둔화로 인하 필요성 커져
한은, 고환율 부담에 '속도 고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에도 장애물이 생겼다. 한은은 통화정책 결정 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핵심 변수로 본다. 여기에 성장 경로와 국제금융시장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때만 해도 주요 관심사는 금융 안정이었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가 가계부채 증가를 막을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1%대로 내려온 물가상승률과 내수 부진은 금리 인하 여건을 충족한 것으로 여겨졌다. 외환시장도 금융통화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 시에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크게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이 같은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 지난 10월 금통위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우려하면서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25%로 미국(연 4.75~5.0%)보다 1.75%포인트(미국 금리 상단 기준) 낮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7일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더라도 1.5%포인트로 격차가 여전히 크다. 한·미 금리 역전은 자본 이동을 통해 환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3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더욱 커졌지만 이 같은 환율 부담 때문에 이달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금리를 연속으로 내리기보다 한 차례 쉬고 내년 1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