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가격 급등…조선 '슈퍼 호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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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치 근접 신조선가 지수
경기회복…전세계 물동량 폭증
컨테이너선 등 가격 고공 행진
조선 3사, 수주잔고 3년치 상회
중고선박 가격도 동반 상승
경기회복…전세계 물동량 폭증
컨테이너선 등 가격 고공 행진
조선 3사, 수주잔고 3년치 상회
중고선박 가격도 동반 상승
‘신(新)조선가 지수’(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가 역대 최고치인 2008년 9월(191.6)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 2021년부터 글로벌 선박 발주가 잇따른 덕분이다. ‘슈퍼 사이클’인 2005~2008년을 넘어 신조선가지수(SCFI)가 연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물론이고 최근엔 글로벌 해운사들이 컨테이너선을 잇따라 발주하며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배값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그동안 신조선 발주가 많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경기 회복(2020년 하반기)이 방아쇠를 당겼다. 전 세계에서 물동량이 폭증하는데 이를 운반할 배가 부족해진 것이다. 해운사들이 부랴부랴 배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번 사이클은 과거보다 크지 않지만, 친환경 선박 바람을 타고 길게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보통 선박은 주문받고 인도하기까지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주 마지노선’인 2년치를 쌓아야 독이 굴러간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의 수주 잔량은 3년~3년6개월치로, 이를 웃돈다. 선박 크기에 따라서 4년 뒤 인도하는 배도 간혹 있다.
그만큼 독이 가득 찼기에 비싼 배만 골라 수주하는 ‘선별 수주’가 가능해졌다. 한국 조선사가 LNG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비싼 배를 골라 대규모 수주해온 이유다. 17만4000㎥ 규모 LNG 운반선 가격은 2020년 말 척당 1억8600만달러에서 지난달 2억6200만달러로 40.9% 뛰었다.
최근 신조선가를 이끄는 것은 컨테이너선이다. 후티 반군이 글로벌 해운 관문인 홍해를 점거해 SCFI가 오르고 있다. 1만5000~1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가격은 같은 기간 척당 1억600만달러에서 2억200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컨테이너선은 과거 중국 조선사의 물량 공세로 이익을 내기 어려웠지만, 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한국 조선사들은 2년여 만에 컨테이너선을 조(兆) 단위로 수주하고 나섰다.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국내 조선 3사의 이익은 수직상승하고 있다. 과거 ‘저가 수주’한 선박도 지난 상반기까지 대부분 인도를 마친 덕에 앞으로는 배를 건조하는 족족 이익이 더 쌓인다.
오랜만에 ‘공급자 우위 시장’이 찾아오자 조선사가 해운사로부터 수주할 때 ‘표준 방식’으로 계약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기존엔 조선사가 선박을 인도할 때 잔금 50%를 수령하는 ‘헤비 테일’ 방식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계약 시점부터 건조 단계에 따라 20%씩 대금을 받는 표준 계약이 많아져 조선사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전망이다.
최근 경기 둔화, 철강 수요 감소로 고철 가격은 하향세지만 중고선가지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9월 중고선가지수는 182.30으로 지난해 11월(148.27)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해상 운임이 상승하자 중고선을 운항해 돈을 벌려는 선사가 늘어난 영향이다. 일부 대형 유조선(VLCC), 탱커는 ‘리세일(재판매)’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12~13% 붙어 거래된다. 한 해운사가 주문한 배를 받기 전에 다른 해운사가 이 선박을 사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다. 1만5500TEU 컨테이너선 중고 가격은 신조선가(척당 2억달러가량)의 80%에 육박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연내 전고점 뚫는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6일 189.7을 기록했다. 1988년 1월 전 세계 선박 가격을 100으로 지수화한 수치로, 조선업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배값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그동안 신조선 발주가 많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경기 회복(2020년 하반기)이 방아쇠를 당겼다. 전 세계에서 물동량이 폭증하는데 이를 운반할 배가 부족해진 것이다. 해운사들이 부랴부랴 배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번 사이클은 과거보다 크지 않지만, 친환경 선박 바람을 타고 길게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보통 선박은 주문받고 인도하기까지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주 마지노선’인 2년치를 쌓아야 독이 굴러간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의 수주 잔량은 3년~3년6개월치로, 이를 웃돈다. 선박 크기에 따라서 4년 뒤 인도하는 배도 간혹 있다.
그만큼 독이 가득 찼기에 비싼 배만 골라 수주하는 ‘선별 수주’가 가능해졌다. 한국 조선사가 LNG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비싼 배를 골라 대규모 수주해온 이유다. 17만4000㎥ 규모 LNG 운반선 가격은 2020년 말 척당 1억8600만달러에서 지난달 2억6200만달러로 40.9% 뛰었다.
최근 신조선가를 이끄는 것은 컨테이너선이다. 후티 반군이 글로벌 해운 관문인 홍해를 점거해 SCFI가 오르고 있다. 1만5000~1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가격은 같은 기간 척당 1억600만달러에서 2억200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컨테이너선은 과거 중국 조선사의 물량 공세로 이익을 내기 어려웠지만, 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한국 조선사들은 2년여 만에 컨테이너선을 조(兆) 단위로 수주하고 나섰다.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국내 조선 3사의 이익은 수직상승하고 있다. 과거 ‘저가 수주’한 선박도 지난 상반기까지 대부분 인도를 마친 덕에 앞으로는 배를 건조하는 족족 이익이 더 쌓인다.
오랜만에 ‘공급자 우위 시장’이 찾아오자 조선사가 해운사로부터 수주할 때 ‘표준 방식’으로 계약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기존엔 조선사가 선박을 인도할 때 잔금 50%를 수령하는 ‘헤비 테일’ 방식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계약 시점부터 건조 단계에 따라 20%씩 대금을 받는 표준 계약이 많아져 조선사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전망이다.
중고선가도 가파르게 상승
향후 신조선가지수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표는 폐선 스크랩(고철) 가격, 중고선가지수다. 선박은 통상 만들어진 뒤 25년가량 운항하는데, 고철 가격이 비싸면 예정보다 일찍 배를 팔아넘기고 새 배를 주문한다. 중고선 가격이 높을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진다.최근 경기 둔화, 철강 수요 감소로 고철 가격은 하향세지만 중고선가지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9월 중고선가지수는 182.30으로 지난해 11월(148.27)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해상 운임이 상승하자 중고선을 운항해 돈을 벌려는 선사가 늘어난 영향이다. 일부 대형 유조선(VLCC), 탱커는 ‘리세일(재판매)’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12~13% 붙어 거래된다. 한 해운사가 주문한 배를 받기 전에 다른 해운사가 이 선박을 사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다. 1만5500TEU 컨테이너선 중고 가격은 신조선가(척당 2억달러가량)의 80%에 육박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