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 주주 된 아랍 국부펀드…미술시장에도 '오일 머니'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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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국부펀드 ADQ, 소더비에 10억 달러 지분 투자
루브르, 퐁피두 분관 등 중동 각국, 문화예술 투자 확장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구매한 작품, 역대 미술경매 최고액 기록
불황 속 투자 지속하는 소더비 “ADQ 투자, 소더비 전략 가속화”
루브르, 퐁피두 분관 등 중동 각국, 문화예술 투자 확장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구매한 작품, 역대 미술경매 최고액 기록
불황 속 투자 지속하는 소더비 “ADQ 투자, 소더비 전략 가속화”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 주주명부에 아랍에미레이트(UAE) 국부펀드가 새로 이름을 올린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축으로 움직이는 미술시장에서 ‘오일 머니’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16일 해외 미술전문매체들에 따르면 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가 최근 소더비와 소수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ADQ가 밝힌 총투자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3596억 원)로, 신규 발행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술품 사랑하는 아랍 왕자들…“럭셔리 투자 확장”
아부다비투자청(ADIA), 두바이투자공사(ICD), 무바달라투자공사(MIC)에 이어 UAE에서 네 번째로 큰 국부펀드인 ADQ는 2018년 설립 이후 에너지, 농·식품업,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투자해 왔다. 세계 20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ADQ의 소더비 투자 소식에 미술시장은 넘어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관심까지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이번 투자는 중동권 역내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에 맞춰 이뤄졌다는 게 ADQ의 설명이다. 하마드 알 하마디 ADQ 부그룹 CEO는 “아부다비의 가치를 높이는 투자 기회 모색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은 21세기 들어 중국과 함께 신흥 미술시장으로 주목받아 왔다.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21세기 유전’ 중 하나로 문화예술을 꼽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아부다비에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루브르 박물관 분관이 들어선 게 대표적이다. 예상 밖 관광 효과에 UAE는 내년 개관을 목표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짓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파리의 명소인 퐁피두센터 분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슈퍼카와 럭셔리 명품, 보석뿐 아니라 중동 부호들이 자산 형성 수단으로 미술품 수집에 매력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카타르가 10여 년 전부터 소더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술품 경매사인 크리스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ADQ보다 앞서 지난해 카타르투자청(QIA)이 소더비와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년 3월 열리는 아트 두바이 같은 아트페어는 국내외 주요 갤러리들이 한 번씩 들르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중동 최고의 부호이자 사우디 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미술품 구매는 오일머니 컬렉터의 실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2017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사상 최고액인 4억503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도르 문디(Salvator Mundi·구세주)’가 팔렸는데, 훗날 사우디의 한 왕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빈 살만 왕세자가 구매자로 밝혀졌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슬람 종주국을 내세우는 사우디의 왕세자가 신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 예수를 구세주로 그린 작품을 사들인 자체가 파격인 것이다.
‘오일 머니’, 소더비의 불황 탈출구 될까
소더비 입장에선 이번 ADQ의 지분 투자가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크리스티를 제치고 시장 우위를 점할 기회가 될 것이란 점에서다.
1744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2019년 프랑스 통신·미디어 재벌인 패트릭 드라히가 37억 달러(당시 약 4조4000억 원)에 인수한 소더비는 런던, 뉴욕, 파리, 홍콩 등에서 미술품과 와인, 보석, 시계, 명품 등을 다루는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역대 최대 매출(73억 달러)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내왔지만, 최근엔 불황 여파로 다소 주춤한 상태다. 올해 1분기 소더비를 포함한 3대 미술품 경매사(크리스티·필립스옥션)의 매출은 10억 8000만 달러(약 1조 4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3% 하락했다. 이런 여파로 소더비는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부를 이끌던 고위 임원들을 내보냈다. 최근엔 런던 지사에서 50여 명을 정리해고할 것이란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소더비는 업계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서울 한남동에 한국 지사를 열고, 지난 7월엔 홍콩 중심가에 경매장 겸 문화공간으로 쓰는 ‘소더비 메종’을 연 게 대표적이다. 올해 초엔 1979년 이후로 45년 만에 작품 매수자 수수료 인하를 골자로 한 경매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찰스 스튜어트 소더비 CEO는 “추가적인 자본과 전문 투자 지식은 소더비의 전략적 계획을 가속화하고, 예술과 사치품 시장에서의 우수성을 확장 및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목 기자
16일 해외 미술전문매체들에 따르면 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가 최근 소더비와 소수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ADQ가 밝힌 총투자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3596억 원)로, 신규 발행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술품 사랑하는 아랍 왕자들…“럭셔리 투자 확장”
아부다비투자청(ADIA), 두바이투자공사(ICD), 무바달라투자공사(MIC)에 이어 UAE에서 네 번째로 큰 국부펀드인 ADQ는 2018년 설립 이후 에너지, 농·식품업,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투자해 왔다. 세계 20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ADQ의 소더비 투자 소식에 미술시장은 넘어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관심까지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이번 투자는 중동권 역내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에 맞춰 이뤄졌다는 게 ADQ의 설명이다. 하마드 알 하마디 ADQ 부그룹 CEO는 “아부다비의 가치를 높이는 투자 기회 모색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은 21세기 들어 중국과 함께 신흥 미술시장으로 주목받아 왔다.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21세기 유전’ 중 하나로 문화예술을 꼽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아부다비에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루브르 박물관 분관이 들어선 게 대표적이다. 예상 밖 관광 효과에 UAE는 내년 개관을 목표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짓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파리의 명소인 퐁피두센터 분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슈퍼카와 럭셔리 명품, 보석뿐 아니라 중동 부호들이 자산 형성 수단으로 미술품 수집에 매력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카타르가 10여 년 전부터 소더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술품 경매사인 크리스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ADQ보다 앞서 지난해 카타르투자청(QIA)이 소더비와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년 3월 열리는 아트 두바이 같은 아트페어는 국내외 주요 갤러리들이 한 번씩 들르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중동 최고의 부호이자 사우디 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미술품 구매는 오일머니 컬렉터의 실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2017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사상 최고액인 4억503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도르 문디(Salvator Mundi·구세주)’가 팔렸는데, 훗날 사우디의 한 왕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빈 살만 왕세자가 구매자로 밝혀졌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슬람 종주국을 내세우는 사우디의 왕세자가 신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 예수를 구세주로 그린 작품을 사들인 자체가 파격인 것이다.
‘오일 머니’, 소더비의 불황 탈출구 될까
소더비 입장에선 이번 ADQ의 지분 투자가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크리스티를 제치고 시장 우위를 점할 기회가 될 것이란 점에서다.
1744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2019년 프랑스 통신·미디어 재벌인 패트릭 드라히가 37억 달러(당시 약 4조4000억 원)에 인수한 소더비는 런던, 뉴욕, 파리, 홍콩 등에서 미술품과 와인, 보석, 시계, 명품 등을 다루는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역대 최대 매출(73억 달러)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내왔지만, 최근엔 불황 여파로 다소 주춤한 상태다. 올해 1분기 소더비를 포함한 3대 미술품 경매사(크리스티·필립스옥션)의 매출은 10억 8000만 달러(약 1조 4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3% 하락했다. 이런 여파로 소더비는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부를 이끌던 고위 임원들을 내보냈다. 최근엔 런던 지사에서 50여 명을 정리해고할 것이란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소더비는 업계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서울 한남동에 한국 지사를 열고, 지난 7월엔 홍콩 중심가에 경매장 겸 문화공간으로 쓰는 ‘소더비 메종’을 연 게 대표적이다. 올해 초엔 1979년 이후로 45년 만에 작품 매수자 수수료 인하를 골자로 한 경매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찰스 스튜어트 소더비 CEO는 “추가적인 자본과 전문 투자 지식은 소더비의 전략적 계획을 가속화하고, 예술과 사치품 시장에서의 우수성을 확장 및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