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래 "더 야성적이고 더 투박한 것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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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빈 홀' 전시회 여는 이미래
英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이
해마다 단 한 명만 선정하는
터빈 홀 작가에 한국인 첫 선정
섬찟하고 기괴한 작품으로 유명
10월 8일부터 다섯달 동안 전시
"공공장소의 금기들을 말할 것"
英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이
해마다 단 한 명만 선정하는
터빈 홀 작가에 한국인 첫 선정
섬찟하고 기괴한 작품으로 유명
10월 8일부터 다섯달 동안 전시
"공공장소의 금기들을 말할 것"


개막 당시 초대형 거미 조각 ‘마망’으로 유명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아이 두, 아이 언두, 아이 리두(I Do, I Undo, I Redo)’ 전시를 시작으로 거대한 인공 태양을 설치한 올라푸르 엘리아손, 1억 개의 해바라기 씨앗 쌓기를 시도한 아이웨이웨이, 아니시 카푸어, 티노 세갈, 슈퍼플렉스, 아니카 이 등 22명이 거쳐 갔다. 1년에 단 한 명, 미술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현대 예술가에게만 주어지는 ‘꿈의 무대’인 셈이다.
올가을 터빈 홀을 장식하는 건 이미래 작가(사진)다. 한국인으로 최초, 터빈 홀 전시 역사상 최연소다. 섬세함과 기괴함이 교차하고, 욕망과 공포가 중첩되는 그의 작품들은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서울대 조소과를 나와 네덜란드와 한국, 독일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해온 이 작가를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만났다.
이 작가의 작품은 예쁘지 않다. 아니다. 기괴하고 너덜거리고, 몹시 섬뜩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인간의 내장을 꺼내 확대한 것 같은 이미지, 동물의 가죽을 벗겨 뒤집어 말리는 듯한 설치물, 당장 액체가 쏟아져 흘러내릴 것 같은 심해 생물 같은 작품들이다. 그는 공장용 호스, 철사, 시멘트, 실리콘 등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재료를 유기체처럼 꿈틀거리는 조형물로 만드는 데 능하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아르세날레에 전시된 ‘끝없는 집: 구멍과 물방울’(2022)은 당시 큐레이터 세실리아 알레마니로부터 “용의 내장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 앳돼 보이는 작은 체구의 여성 작가는 “난 언제나 더 야성적이고, 더 거대하고, 더 투박한 것들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가는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관객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데 천재적인 연출력을 갖고 있는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영화들, 인간의 욕망에 관해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시를 써온 김언희 시인의 시 등이다.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며 노는 걸 좋아했어요. 틀을 깨는 작품들, 사회가 금기시하는 것들-예를 들어 고어 포르노 같은 것-에 매료됐죠. 약간 불쾌한 감정이 주는 것들, 뭔가 강하게 욕망하는데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커미션: 이미래’라는 이름으로 열릴 그의 전시는 오는 10월 8일부터 내년 3월 16일까지 약 5개월간 이어진다. 테이트 모던 터빈 홀을 어떤 것으로 채울까? 잠시 눈을 감았던 그는 한 문장으로 전했다. “공공장소에서 잘 말하지 않는 것들을 말할 거예요.”
김보라 기자
아트바젤 현장에서 만난 이미래 작가와의 대화는 29일 발간된 ‘아르떼’ 매거진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