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이 현실화하면서 전세계가 펄펄 끓고 있다. 사진은 최근 낮기온이 52도로 치솟은 파키스탄./연합뉴스
역대급 폭염이 현실화하면서 전세계가 펄펄 끓고 있다. 사진은 최근 낮기온이 52도로 치솟은 파키스탄./연합뉴스
일찌감치 예고됐던 역대급 폭염이 현실화해 전 세계가 펄펄 끓고 있다. 선례를 찾기 힘든 고온으로 인해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그리스처럼 관광산업을 핵심 먹거리로 하는 국가에서 주요 관광지가 문을 닫는 등 여름 폭염이 글로벌 경제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폭염에 비상 걸린 물가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극심한 가뭄에 따른 수량 부족으로 선박 병목 현상을 겪는 파나마 운하가 10월께나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파나마 운하청(ACP)은 해운업계에 제공한 통지문에서 “현재 32척인 통항 가능 선박을 다음달 22일부터 34척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날 밝혔다.

이는 한때 22척 안팎까지 줄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많이 증가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완전 정상 운영 시 통과량(36척)에 비해선 여전히 적은 숫자다.

치솟은 해운 운임은 전 세계 주요국 물가관리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세계 교역량의 4~5%를 소화하는 파나마 운하는 1950년 이후 최소 강수량(평균의 41% 이하·2023년 10월 기준)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엘니뇨가 파나마 운하 선박 통항을 방해한 적은 강우량의 원인이라고 지난달 지목한 바 있다. 적십자 적신월사기후센터, 세계기상속성과학네트워크, 비영리 연구기관 기후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나마는 지난해 5월 중순부터 올해 같은 기간까지 1년간 총 149일 간의 폭염을 겪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폭염의 영향을 받은 다섯 곳 중이 하나로 꼽혔다.

중국기상국은 지난 13일 웨이보(중국판 엑스)를 통해 전날 오후 허베이성 중남부와 산둥성, 허난성, 산시성 남부, 안후이성 북부 등의 지표기온이 60도를 웃돌았고 일부는 70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기상국은 “며칠간 지표온도가 비슷하거나 더 오를 수 있다”면서 “키가 작아 상대적으로 지표온도에 더 영향을 받는 아동이나 반려동물을 데리고 외출하지 말라”고 권했다.

한국도 농산물 관리 안간 힘


중국 농업부는 전통적인 대두와 옥수수 생산지역 허베이, 산시, 허난, 산둥, 안후이 등 북부와 중부 지방을 대상으로 고온과 가뭄 경보를 발령하면서 농작물 묘목의 손상 위험을 경고했다. 베이징일보는 산둥성에서 고온이 이어지면서 과일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산둥성 이멍산 지역의 과일 생산은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나무와 농작물은 물이 부족해 고사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낮 시간 40도가 넘는 폭염에 주요 관광지인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낮 시간에 폐쇄하기도 했다.

한국은 그나마 아직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물가당국은 올 여름 역대급 더위를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주요 농산물 수급관 총력전에 돌입했다. 올해는 과수화상병이 작년에 비해 더 빠르게 퍼져 또다른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