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오픈채팅 서비스 설명 이미지. 사진=카카오 제공
카카오톡 오픈채팅 서비스 설명 이미지. 사진=카카오 제공
주식·부동산 같은 재테크나 자녀 교육, 반려동물, 여행 등 각종 알짜 정보가 많이 공유되곤 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서비스가 사용자 개인정보 유출로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아 위기를 맞았다. 오픈채팅을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 내 별도 탭으로 분리 신설한 지 1년 만이다. 오픈채팅을 지인이 아니더라도 관심사 기반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 허브'로 만들겠다는 카카오의 구상이 복병을 만났다.

개인정보위, 카카오에 '역대 최대 과징금'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카카오가 사용자 개인정보에 대한 점검·보호 조치 등을 소홀히 했다면서 과징금 약 151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역대 최대 과징금이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최소 6만5719건의 개인정보가 조회됐다. 개인정보위는 해커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취약점을 이용해 사용자 임시 ID를 알아낸 뒤 '친구추가' 기능을 이용해 정보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오픈채팅 참여자의 임시 ID를 암호화하지 않아 회원일련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봤다.

해커는 이후 해당 정보들을 회원일련번호 등과 결합해 개인정보 파일을 생성해 텔레그램 등에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는 억울하다는 입장. 회원일련번호와 임시 ID는 메신저를 포함한 모든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정보지만, 숫자로 구성된 문자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실질적으로는 어떠한 개인정보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반면 개인정보위는 오픈채팅방 내 임시 ID만으로 일반 채팅에서 쓰이는 회원일련번호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오픈채팅방 임시 ID를 알아내면 이를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로 가공할 수 있는데 카카오가 해당 정보에 대한 암호화 등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가 부과받은 과징금은 앞서 221만여명의 개인정보를 탈취 당한 골프존보다 2배 더 많은 수준이다. 카카오 과징금이 더 높은 이유는 '매출액 3% 이내'에서 관련 규정을 종합해 액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오픈채팅, 매일 1200만명 찾아…선물 패턴에도 변화

오픈채팅이 처음 출시된 건 2015년 8월이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 오픈채팅을 '채팅탭'에서 별도 탭으로 분리했다. 카카오톡 앱을 실행하면 화면 하단 세 번째 탭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오픈채팅을 앞세워 사용자 간 관계를 지인에서 비(非)지인으로 확장하고 관심사 기반의 소통을 활성화해 앱 내 체류시간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앱 체류시간이 늘면 그만큼 수익으로 연결할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도 커진다.

오픈채팅은 사용자와 앱 내 체류시간을 꾸준히 늘리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오픈채팅탭을 매일 찾는 사용자 수는 1200만명에 달했다. 올 2월 있었던 작년 연간 실적발표에서 당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채팅탭 외의 다양한 지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거둘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오픈채팅이 활성화하자 커머스 부문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오픈채팅 안에서 관계를 맺은 친구에게 가벼운 선물을 전달하는 형태의 새로운 구매 패턴이 나타난 게 대표적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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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이탈 여부 '주목'…카카오는 소송 예고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로 오픈채팅 서비스에 이탈하는 사용자도 나올 수 있다. 오픈채팅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통로로 악용되기도 했다. 성범죄자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10대 여성 청소년들을 꾀어낸 다음 성착취를 하는 범죄가 벌어지기도 했다.

순기능도 있었다. 태풍 등 기상 상황이 악화될 때면 지역 기반 오픈채팅방에서 언론 보도나 기상청 발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실시간 날씨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소통이 이뤄졌다. 동 단위보다 더 작은 영역, 예컨대 "어느 동 어디 골목에 빗물이 고여 걷기 어렵다"는 식의 세세한 정보들이 공유되는 식이었다.

카카오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해커가 불법적 방법을 통해 자체 수집한 것이므로 카카오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고려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과징금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법적 조치·대응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