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의료계 통일안' 요구에 "의사 수 추계위원회 구성해 재논의해야"
"개원의 권익 대표" 발언에 의협 대변인 "의사 대표 법정단체" 지적
의사들 "원점 재검토가 통일안"…10일 집단 휴진 강행(종합)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의료계는 의대 증원 절차를 멈추고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천명 증원이라고 발표한 것이 아니라 정부 출범 거의 직후부터 의료계와 이 문제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계는 통일된 의견이 나오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이것이 대화의 걸림돌이고 의료계와 협의하는데 매우 어려웠지만 마냥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계의 통일안은 '원점 재검토'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의정협의체 등을 통해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의료계에 통일된 안이 없는 게 아니다"며 "의료계는 의대 증원 절차를 멈추고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을 내년에 정하자고 계속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2천명 의대 증원'에 대한 근거가 여전히 제시되지 않아 답답하다"며 "의료체계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투명하게 논의한다면 합리적인 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사들 "원점 재검토가 통일안"…10일 집단 휴진 강행(종합)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의료계의 통일된 요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원점 재검토'"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대통령께서는 의료계가 '숫자'를 가지고 오기를 원하시는 것 같은데, 의료체계에 따라 적정 의사 수가 굉장히 많이 달라진다"며 "의료체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의료계가 구체적인 의대 증원 숫자를 제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현재 교수들 사이에서 '사직하거나 순직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빨리 사태가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반발해 12주째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근영 분당차병원 전 전공의 대표는 "통일된 안이 없다고 하는데 전공의들은 7대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등 그간 충분히 안을 냈고, 의협도 마찬가지다"라며 "더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표했다.

수도권 병원의 한 사직 전공의는 "'2천명'은 올해 2월에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맞지 않느냐"며 "전공의들 입장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대통령 발언에 대한 공식 입장을 10일에 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택우 전 의협 비대위원장은 연합뉴스에 "과학적 의사 수 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의대 증원을 재논의하자는 것이 의료계 전체의 통일안이라고 누누이 말씀드렸다"며 "현재로서는 정부가 의료개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윤 대통령이 '개원의 권익을 대표하는 의협'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성혜영 의협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 담화에서 의협은 '개원의 단체'라고 한 데 대한 사실 확인드린다"며 "의협은 의사 면허 취득 시 자동으로 가입되는 전체 14만 의사를 대변하는 법정 단체로, 의료법상 중앙회 단체"라고 강조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성 대변인의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면서 "대통령의 지성에 의문을 가진 지 몇 달 되었는데, 이제는 지능에도 의문을 갖게 됐다"고 독설을 쏟았다.

의사들 "원점 재검토가 통일안"…10일 집단 휴진 강행(종합)
의료계의 반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는 10일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의 예고에 따라 전국 곳곳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동시에 휴진에 돌입한다.

응급·중증·입원환자에 대한 진료와 수술은 유지된다.

서울 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 중에서는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 4곳 교수들이 전의비에 참여하고 있어 일부 교수들이 휴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휴진이 교수의 개별적 판단과 상황에 따라 이뤄지다 보니 얼마나 참여할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은 당장 예정된 진료나 수술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앞서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휴진을 선언했던 지난달 30일과 이달 3일에도 대부분의 병원이 무리 없이 운영됐다.

지난 3일 교수들의 휴진으로 외래진료가 소폭 줄었다는 분당서울대병원 역시 이번에는 별다른 조정 없이 외래와 수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병원에 진료 일정 조정 등을 요청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도 병원 자체가 문을 닫는 일 없이 정상 운영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성모병원은 개원기념일을 맞아 오는 10일 오전에는 정상 진료하고 오후에는 애초에 휴무라고 밝혔다.

지방에서도 대규모 휴진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전남대병원이 의대 교수들의 자율적 외래 진료 휴진일인 오는 10일 금요일 진료과별 휴진 현황을 파악한 결과, 집단 휴진하는 진료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