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수출 대미 266억달러 > 대중 225억달러…美 우위 추세 이어질 듯
"새로운 세계 공급망·시장 질서 재편 목적의 美 전략적 계획에 따른 것"

대만이 올해 1분기에 중국보다 미국에 더 많이 수출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의 영향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대만의 대미 수출액은 266억2천500만달러(약 36조6천억원)로, 대중 수출액 224억7천만달러(30조9천억원)보다 많았다.

대만, 올해 中보다 美에 더 수출…美 대중 공급망 차단 효과보나
SCMP는 지난 10년간 대만의 연간 대미·대중 수출액 추이를 볼 때 최대 600억달러에 육박했던 중국 우위의 수출액 격차가 2∼3년 새 급격히 감소한 걸 눈여겨봐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수출액 차이는 2021년 591억달러(대중 1천259억달러, 대미 658억달러)에서 2022년 461억달러(대중 1천211억달러, 대미 750억달러), 2023년 195억달러(대중 957억달러, 대미 762억달러)로 줄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임원인 조지 쉬는 "올해 1분기 대만의 기록적인 대미 수출액은 정보통신기술 제품의 급증에 따른 결과"라면서 "대만산 고성능 서버, 클라우드 컴퓨팅 장비를 포함한 인공지능(AI)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추세는 대만의 휴대전화, PC용 부품을 수입해 재수출해온 외국 기업들이 최근 수년 간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미중 갈등과 대립이 고조돼 사업 여건이 어려워지자 중국 내 사업장을 동남아시아 등으로 옮긴 것과 관련이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때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 관세를 대폭 올리고 중국도 맞대응하는 '무역 전쟁'이 지속되면서 '탈(脫)중국 현상'이 이어져 왔다.

이 신문은 미·중 갈등과 대립 추이를 볼 때 대만의 대중·대미 수출액 역전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연말 미 대선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재임 시절 중국산에 25% 관세 부과를 추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제는 선거 공약으로 60% 관세 부과를 주장하고 있는 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대중국 압박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돼서다.

2022년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제재를 본격화한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5월부터 디리스킹(위험 제거) 정책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인공지능(AI)용 또는 슈퍼컴퓨터 및 군사 응용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첨단기술의 중국 접근을 막겠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작년 8월부터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등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도 규제해 돈줄도 틀어막았다.

미국은 동맹인 유럽연합(EU)의 대중국 디리스킹 정책 참여를 유도해왔으며, 네덜란드는 물론 대만의 첨단반도체 관련 장비의 대중 수출도 단속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 탓에 대만 기업들은 중국이 아닌 동남아시아 등으로 공장을 옮겨 대미 수출을 하고 있다.

대만, 올해 中보다 美에 더 수출…美 대중 공급망 차단 효과보나
대만의 올해 1분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으로의 수출액은 222억8천1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3.4% 늘어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SCMP는 대만 경제부 자료를 인용해 작년 대만의 대중국 투자는 30억달러를 약간 넘었으며, 이는 22년 만에 최저라로 전했다.

대만 경제연구소의 다슨 치우 연구원은 "공급망 변화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만 국립양밍자오퉁대 경영연구소 후진리 교수는 "이런 변화는 새로운 세계 공급망과 시장 질서를 구축하려는 미국 주도의 전략적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