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조아라·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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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가 흘러나오자) 전화 받아."

세탁기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린다. 사용자가 전화를 받으라고 음성으로 명령하자 세탁기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통화 수신 표시가 나온다. "오븐 남은 시간 알려줘"라고 말하자 이번엔 "현재 남은 시간은 47분"이라고 답했다. "오후 3시에 세탁기 끝내줘"라고 지시하자 세탁기는 스스로 예약 종료 시간을 설정했다.

이는 모두 지난 2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의 기능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세탁기에서 전화를 받고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탁과 건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편리함이 강조됐지만 이 같은 'AI 홈' 기능으로 통화, TV 시청 및 음악 감상, 가전 제어 등도 가능하다.
올해 출시된 비스포크(BESPOKE) AI 콤보. 사진, 영상=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올해 출시된 비스포크(BESPOKE) AI 콤보. 사진, 영상=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세탁기에서 TV보고 전화 수신…'AI 가전=삼성' 굳힌다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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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모바일과 생활가전간 연결성을 극대화해 'AI 가전=삼성'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가전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은 가운데 AI 기능을 강조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를 열고 2024년형 비스포크 AI 제품군을 소개했다. 올해 제품은 사물인터넷(IoT)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AI 기능이 강화되면서 '기기간 연결'을 강화한 점이 핵심이다. 고성능 AI 칩과 센서 등을 탑재한 AI 제품으로 가사 노동 부담을 줄여준다는 게 주된 목표다.

올해 출시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내부 카메라를 통해 식재료를 인식하고 남은 유통기한을 냉장고 외부에 표시해주는 'AI 비전 인사이드 기능'이 탑재됐다. 식재료를 넣으면 냉장고가 스스로 '보관한 지 O일', 유통기한을 설정하면 '유통기한 O일 남음' 식으로 표시해준다. 또한 식재료 사진을 찍으면 냉장고가 '삼성 푸드' 어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통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올라온 인기 요리법을 제안해준다. 사진을 찍고 요리법을 선택하면 필요한 식재료와 소요시간, 건강지수 정보까지 제공한다.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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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냉장고에서 '비스포크 AI 인덕션'으로 정보를 전송해 조리 과정을 돕는다. 올해 출시된 비스포크 AI 인덕션은 AI 기술로 '끓음 감지' 기능을 제공한다. 물이나 국·탕류가 끓기 전에 미리 화력을 조절해준다. 내장 센서가 데이터를 머신러닝 해 끓는 시점을 예측하는 방식. 외출할 경우 알림 기능을 통해 불을 끌 수 있다.

신형 로봇청소기도 'AI 바닥 인식' 기능을 통해 마룻바닥은 물걸레로 청소하고, 카펫은 높이에 따라 물걸레 분리 여부를 판단해 카페트가 젖는 것을 막아준다.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양말, 휴대전화 케이블, 매트까지 인식할 수 있도록 인식 능력을 높였다. '비스포크 AI 무풍 갤러리' 에어컨의 경우 '부재 절전' 기능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제품 별로 절약 모드를 통해 최대 60%까지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 비스포크 AI는 다양한 연령과 환경의 소비자들이 누구나 불편함 없이 안전하게 최상의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더 나아가 환경 부담을 덜어주는 지속 가능한 차세대 기술도 꾸준히 개발해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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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시초 안 중요하다"...LG전자에 선전포고

사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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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AI 가전'으로 가전 시장 불황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전 사업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업황이 녹록지 않아 AI 가전을 통한 수익성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 회복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혜원 GfK 연구원은 "올 1분기에도 빠른 물가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가전 시장으로 향하는 소비자 수요는 올해도 계속 위협 받을 것"이라면서도 "소비자 생활에 확실한 변화를 전달하는 제품들에는 지갑을 열고 있어 제품 기술력과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경쟁이 격화하면서 양사의 상호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이날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AI가 처음 나온 게 아마 1980년대"라며 "시초보다 어떻게 빨리 소비자에게 혜택을 누리게 하고 가치(밸류)를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시작은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AI 가전의 시초는 LG전자"라고 발언한 데 대한 견제구인 셈.
사진=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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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는 "가전은 LG"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대응해 "AI가전=삼성" 슬로건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AI 가전을 소개하는 이날 오전 LG전자는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공감지능' 구현을 위한 가전 전용 온디바이스 AI칩 'DQ-C'를 주요 제품에 적용해 "글로벌 AI 가전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지능'은 조주완 대표가 'CES 2024'에서 AI를 재정의한 개념으로 △실시간 생활 지능 △조율·지휘 지능 △책임 지능이 특징이다.

한 부회장은 "현재 AI 가전은 소비자들이 알아가는 태동기"라면서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격차를 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