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금호석유화학·삼성물산 주총 표대결서 사측 압승
얼라인·트러스톤·FCP 등 이사회 진입 일부 성과도
밸류업 열풍에도 행동주의펀드 주주환원 캠페인 '반쪽짜리 성과'
올해 국내 증시에 '밸류업' 열풍이 불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환원 강화 캠페인도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이달 KT&G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방경만 차기 사장 후보의 선임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결국 지난 28일 주총에서 방 후보가 새 사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IBK기업은행도 FCP와 함께 방 사장의 선임에 반대했지만, 3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KT&G 사내 기금 및 산하 재단 등 우호 지분에 밀려 표 대결에서 고배를 마셨다.

다만 기업은행이 주주제안하고 FCP가 지지 의사를 밝혔던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제한적이나마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개인 최대주주이자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전 상무와 손을 잡고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여왔지만 주총 표 대결에서 참패했다.

앞서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차파트너스운용은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 결의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게 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에 대한 사외이사 추천 등 총 3건을 주주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주총에서는 자사주 소각에 대한 주요사항 결의 주체를 이사회로 하도록 정관을 바꾸는 안건과 최도성 한동대 총장의 사외이사 선임 건 등 모두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제출한 안건들이 통과됐다.

특히 정관 일부 변경안은 의결권 있는 주식 74.6%가,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76.1%가 각각 찬성해 사측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다만 사측이 보유한 자사주의 절반을 3년간 분할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추가 취득한다는 방안을 내놓자, 박 전 상무는 "과거보다 진일보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밸류업 열풍에도 행동주의펀드 주주환원 캠페인 '반쪽짜리 성과'
삼성물산을 상대로 배당 확대를 요구했던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환원 강화 캠페인도 무위로 돌아갔다.

앞서 이들 5개 펀드는 삼성물산에 5천억원어치 자사주 매입과 함께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천500원, 4천550원씩 배당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의 요구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지지를 받으며 통과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지난 15일 주총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은 삼성물산 이사회가 올린 이익배당 관련 안건에 77% 찬성률로 힘을 실어줬다.

또한 KCGI자산운용은 지난 28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을 앞두고 회사가 제시한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해왔지만 이를 막지 못했고, 결국 이사 재선임 반대 이유와 자기주식 소각 요구 등 자신들의 목소리를 주총 의사록에 남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올해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에도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이 같은 우호적인 분위기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주주제안과 캠페인을 전개하고 표심을 모아 주총 표 대결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승리하기까지는 여전히 현실적인 한계가 많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다만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이사회에 진입시켜 기업에 '견제구'를 던지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J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지지했던 김기석·이희승 후보는 지난 28일 주총에서 나란히 득표 1·2위를 차지하며 이사회에 입성했다.

특히 김 이사의 경우 국내 금융지주 사상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로 선임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자신들이 추천했던 3명의 사내외 이사 후보(김우진·안효성 사외이사, 정안식 사내이사)를 태광산업의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태광산업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를 선임한 건 지난 2007년 장하성 펀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