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하나마이크론 사장이 19일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사장이 19일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여러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하나로 묶는 ‘첨단 패키징’ 기술의 개발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동철 하나마이크론 사장(사진)은 18일 경기 판교 하나마이크론 연구개발(R&D)센터에서 “HBM 등 여러 칩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2.5D 패키징’을 개발해 관련 사업 기회를 포착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나마이크론은 국내 1위, 세계 11위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다. 후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 반도체를 만드는 전공정 다음 단계인 패키징·테스트 작업을 뜻한다. 패키징은 반도체를 쌓거나 묶어 전자기기에 부착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공정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다고 밝힌 ‘2.5D 패키징’은 엔비디아의 ‘H100’ AI 가속기(생성형 AI에 필수인 대규모 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한 반도체 패키지)를 제작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 사장은 “H100을 생산하는 2.5D 패키징 기술은 TSMC가 확보했고, 삼성전자, SK이닉스와 일부 후공정 업체도 준비 중”이라며 “하나마이크론 R&D센터에서 2.5D 패키징과 관련한 일부 기술을 구현해 시제품도 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 사업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5D 패키징을 비롯한 첨단 패키징 시장은 2022년 443억달러(약 58조원)에서 2028년 786억달러(약 105조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 사장은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사업이 주력”이라며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두뇌 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지문인식센서용 칩, 자동차용 반도체 칩 등의 패키징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매출 비중은 각각 70 대 30이다.

그는 “하나마이크론은 국내 후공정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모듈 조립 등을 아우르는 ‘턴키(일괄 진행) 사업’을 하고 있다”며 “풀턴키 사업 능력을 앞세워 실적 부침이 작은 시스템 반도체 매출 비중을 50%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움츠러들면서 지난해 이 회사 실적은 주춤했다. 하나마이크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44.1% 줄어든 57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면서 실적도 급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이 사장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다양해졌고, 반도체에 요구하는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며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반도체를 배열하고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하나마이크론의 베트남 법인은 조 단위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는 2016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설비자를 이어갔다. 2025년까지 누적으로 6000억~7000억원을 투자해 설비 증설을 마무리한다. 그는 “베트남 법인의 반도체 패키징 물량은 월 5000만 개 수준”이라며 “내년에 증설 작업을 마무리하고 반도체 경기도 좋아지면 패키징 물량이 2억 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트남 공장 매출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조단위 매출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주주환원책에 대해 “내부자금 상당액을 설비투자 등에 쏟는 만큼 단기적으로 주주친화책을 확대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투자를 늘리는 등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