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기도하는 것 중 하나가 큰일을 겪지 않는 것이다. 나를 흔드는 비바람이 불지 않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파도가 치지 않기를, 뿌리가 뽑힐 만큼 큰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아갈 힘은 밀어내는 힘에 의해 작용하는 법이다.

두륜산에서 만난 글귀

고계봉 가는 길에 한반도 지형을 닮은 산과 들./사진=이효태
고계봉 가는 길에 한반도 지형을 닮은 산과 들./사진=이효태
가을의 정취가 물든 두륜산을 올랐다. 두륜산에서 네 번째로 높다는 고계봉은 해발 638m. 두륜산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고계봉까지 10여 분, 매력적인 찬스를 써보기로 한다. 직사각형에 무채색 빛깔의 케이블카는 듬직하고 육중해 보인다. 외형에 비해 속도는 아주 빨라서 건너편을 지나는 케이블카를 카메라에 담고자 하면 어느새 뒤꽁무니를 보여주며 사라지고 만다.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천고마비의 계절에 운까지 겹쳐 상부 역사에 당도하자 눈앞에, 발아래 아름다운 우리나라 풍경이 뚜렷하다. 목책 산책로의 286개 계단을 쉬엄쉬엄 오르면 저기 목포, 강진과 완도까지 너울댄다.
두륜산 오르는 길에 만난 글귀와 완도, 강진까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사진=이효태
두륜산 오르는 길에 만난 글귀와 완도, 강진까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사진=이효태
파란 하늘에는 거위 깃털처럼 하얗고 탐스러운 구름이 그 아래 푸른 들과 산등성이에 그늘을 드리우며 흐르고 있다. 행여 계단을 오르는 게 지루할까, 힘들지 않을까, 푸른 숲에는 철근으로 세워놓은 문장 구조물이 쉬엄쉬엄 발길을 멈추게 한다.
두륜산 오르는 길에 만난 글귀와 완도, 강진까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사진=이효태
두륜산 오르는 길에 만난 글귀와 완도, 강진까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사진=이효태

‘우리들이 이따금 역경을 맛보지 않는다면 성공은 그토록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푸른 숲에 비바람에 녹슨 갈색의 글귀들이 생명력 있게 빛이 난다. ‘분노는 바보들의 가슴 속에서만 살아간다’ 누구를 미워하고 시기하느라 나의 시간을 허비하는 자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한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수많은 글귀 가운데 유독 끌리는 것을 만났다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일 테니 오며 가며 가슴에 새긴다. 전망대에 놓인 조망안내도를 살펴보니 완만한 저 바다는 강진만이고, 완도의 생일도와 신지도며, 가운데로는 본섬이 놓여 있다. 오늘보다 청명한 날에는 조망안내도에 또렷하게 표시된 제주 한라산도 볼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상부 역사에서 전망대까지 조성된 목책 산책로./사진=이효태
상부 역사에서 전망대까지 조성된 목책 산책로./사진=이효태
해발 703m에 달하는 두륜산은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산림청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제일 높은 봉우리인 가련봉을 비롯해 두륜봉, 고계봉 등 8개 봉우리가 능선을 이루고 있으며, 인근에는 천년고찰 대흥사가 자리한다.

두륜산 줄기, 호국도량 대흥사에서

10월 31일까지 대흥사 호국대전에서 관람할 수 있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해남특별전>./사진=이효태
10월 31일까지 대흥사 호국대전에서 관람할 수 있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해남특별전>./사진=이효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사찰, 두륜산 줄기에 자리한 대흥사를 찾았다. 매표소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길은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이 도열해 안빈낙도하는 선비의 마음이 사뭇 들고, 장춘숲길을 선택하면 두륜산 줄기에 자리한 대흥사의 신비로움에 취하며 고즈넉한 산행을 경험할 수 있다.
금당천 오른편에 두 나무의 뿌리가 얽힌 연리근이 보인다./사진=이효태
금당천 오른편에 두 나무의 뿌리가 얽힌 연리근이 보인다./사진=이효태
일주문에 들어서면 대흥사의 특별한 가람 배치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대흥사는 금당천을 사이에 두고 북원(쪽)과 남원으로 나뉜다. 북원에는 최초의 전각이자 주불전인 대웅보전과 함께 명부전·응진전·산신각·청운당 등이, 남원에는 1813년에 중건된 전각 천불전과 함께 봉향각, 용화당, 종무소 등이 배치되어 있다.
대흥사 북원에 자리하는 대웅보전, 주불전으로서 최초의 전각이기도 하다./사진=이효태
대흥사 북원에 자리하는 대웅보전, 주불전으로서 최초의 전각이기도 하다./사진=이효태
대흥사 앞에는 호국도량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임진왜란 때 의승군을 조직하여 평양성을 탈환한 서산대사의 위국충정을 기리며 세운 사당 표충사에 1788년 정조가 사액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호국신앙의 중심 사찰로 거듭났고 이후 우리나라 차 문화 발전을 이끈 초의선사를 비롯한 13명의 대종사(고승)를 배출했다.

마음을 비운 채 다시 시작해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대흥사에서 35km, 차로 40분 이상을 달리면 한반도의 끝과 시작이 되는 상징적인 장소, 땅끝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가 있는 갈두산의 지형은 높은 곳에서 보면 영락없는 한반도의 모양이라 우주의 조화가 신비롭기만 하다.
한반도의 시작, 땅끝 해남을 상징하는 갈두산 정상의 땅끝전망대./사진=이효태
한반도의 시작, 땅끝 해남을 상징하는 갈두산 정상의 땅끝전망대./사진=이효태
땅끝전망대에 오르는 모노레일 탑승장 왼편에는 수변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다도해의 비경을 따라 20여 분을 걸어 나가면 북위 34도 17분 32초,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땅끝탑에 당도한다. 바다를 향해 만선과 안전을 비는 칡머리당할머니 조형물도 눈에 들어온다. 땅끝의 옛 이름이 칡머리로 칡 갈(葛), 머리 두(頭)를 써서 ‘갈두’라는 지명을 얻었다.
올해 9월 새롭게 개장한 해안처음길, 땅끝탑 가는 길목에 위치한다./사진=이효태
올해 9월 새롭게 개장한 해안처음길, 땅끝탑 가는 길목에 위치한다./사진=이효태
땅끝탑 가는 길목에는 스카이워크, 해안처음길이 새롭게 개장했다. 한반도의 시작이자 땅끝, 해남에서 각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문장도 만나길 바라본다.

여정의 즐거움

기송정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솥에 지은 밥 한 끼만 먹어도 잘 대접받은 것 같은데, 큰 대접 속에 색색의 나물과 싱싱한 달걀노른자, 고소한 참기름까지 둘렀으니 군침이 절로 돈다. 친절한 어머니와 든든한 아들은 손발이 척척 맞고, 아들 사장님이 알려준 대로 상추에 불고기와 따끈한 밥 넣고 한 쌈 하니 이것이 해남의 맛이구나 싶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166

히어리스트
사진=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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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읍에 자리한 대형카페로 커피와 곁들이기 좋은 여러 베이커리도 만날 수 있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테이블과 감성적으로 꾸며진 포토존, 야외 정원까지 갖추고 있어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기 그만이다. 여기에 아기를 동반한 보호자들을 위한 기저귀실까지, 사장님의 마음이 곳곳에 전해진다.
전남 해남군 해남읍 북부순환로 176

여정을 돕는 10pick

고산윤선도유적지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해남 윤씨 어초은파의 종가 고택인 녹우당과 고산윤선도박물관, 비자나무숲을 만날 수 있는 고산윤선도유적지. 녹우당 등 내부 시설은 공사를 마치고 연말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전남 해남군 해남읍 녹우당길 135

대흥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대흥사. 우리나라 차 문화 발전을 이끈 초의선사를 비롯한 13명의 대종사(고승)를 배출했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400

두륜미로파크
서양측백나무, 동백나무로 만든 두륜미로파크의 야외 미로./사진=이효태
서양측백나무, 동백나무로 만든 두륜미로파크의 야외 미로./사진=이효태
두륜미로파크에서 미로 게임에 도전해보자. 서양측백나무, 동백나무, 이팝나무로 조성한 야외미로 공원은 최대 길이 417m로 참여자에 따라 최소 10분, 최대 40분 만에 미로를 통과한다고!
전남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135-1

땅끝전망대
해남군 송지면 일대에는 땅끝전망대, 땅끝탑 등 해남의 지리적 특성을 담은 명소가 모여 있다. 땅끝모노레일 매표소 왼쪽으로 수변산책로를 따라 땅끝탑까지 가볼 수 있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길 60-28

두륜산케이블카
해발 703m에 달하는 두륜산에 오르는 가장 빠른 방법, 두륜산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고계봉까지 10여 분이면 당도한다. 광활한 산맥과 들판, 바다가 전망대 너머로 펼쳐진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88-45

우수영관광지
사진=이효태
사진=이효태
해남군 우수영과 진도군 녹진 사이의 명량해협 일대에 조성된 우수영관광지. 이순신 장군과 명량대첩의 생생한 역사를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전시관, 울돌목 스카이워크에서 만난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1021

오시아노 관광단지
캠핑하기 좋은 계절, 전남 캠핑관광 박람회가 해남 오시아노 관광단지에서 개최된다. 국내외 캠핑산업의 트렌드를 읽고, 캠핑족과 관광객을 위한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열린다.
전남 해남군 화원면 주광리 384

해남8미
여행의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미식 여정. 해남8미인 닭코스요리, 떡갈비, 삼치회, 황칠오리백숙, 보리쌈밥, 한정식, 생고기, 산채정식 중 한 가지는 꼭 맛보자.

해안처음길
한반도의 시작을 상징하는 스카이워크, 해안처음길이 새로 개장했다. 이곳에서 땅끝탑까지는 420m 거리로 한반도의 시작과 끝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해남미남축제
가을 해남은 해남미남축제가 있어서 더욱 흥겹다. 해남을 대표하는 맛과 지역 주민, 해남의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공연 등 풍성한 프로그램이 열리니 놓치지 말자.
전남 해남군 삼산면 도립공원 잔디구장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