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는 매매와 함께 주택시장의 양대 축이다. 임대든 매매든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바탕으로 하는 원활한 수급관계가 중요하다. 이 균형점이 깨져 가격이 급등락하면 다수 국민의 주거 안정은 물론 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국내 임대시장에서는 세계 유일의 전세제도가 쇠퇴하고 월세가 늘어나면서 ‘주거비용’을 피부로 실감하는 가계가 적지 않다. 청년들과 경제적 취약층을 상대로 한 보증금 사기가 쉽게 근절되지 않는 것도 전세 위주 전통 임대시장의 치명적 한계로 지적돼 왔지만 근절책은 마땅치 않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역설한 ‘기업 주도형 장기 임대주택 활성화’ 구상은 이런 상황에서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박 장관은 먼저 다수가 원하는 곳, 즉 도심에 주택공급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금융비용·인건비·자재비가 함께 급등하면서 재건축·재개발이 주춤하지만 추가 규제완화로 활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요지의 질 좋은 임대주택 사업은 그런 과정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주택 임대시장도 이제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때가 됐다. 무엇보다 주거비는 기본 생활비용이며, 임대사업은 광의의 금융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임대를 당당하지 못한 행위인 양 여기거나 마치 ‘샤일록의 돈 장사’처럼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전 정부 때처럼 임대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몰아줬다가 조기에 방향을 완전히 돌려버리는 식의 변덕스러운 정책도 큰 리스크다. 노후 대비 저축금으로 한두 채 임대에 나섰다가 애로를 겪은 이들이 적지 않다.

중산층 이상도 적극 이용할 괜찮은 집을 포함해 임대주택의 종류도 다양해지면 더욱 좋다. 그러자면 리츠 투자를 넘어 전문 기업이 생겨나야 한다. 민간 전문 기업들이 임대주택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박 장관은 kt에스테이트 사례를 들며 “공급 규제가 켜켜이 쌓여 있다”고 했다. 이 회사가 모기업 KT의 전화국 자리를 활용해 임대주택을 적극 지으려고 했으나 세입자 과잉보호 규제 때문에 기겁을 했다는 것이다. 선의를 내세운 과잉 규제가 늘 문제다. 세입자는 무조건 약자라는 도그마에서도 벗어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