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에 '이것' 달았더니…고령 운전자 추돌 사고 확 줄었다 [조미현의 Fin코노미]
최근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추돌 사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8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최근 4년 사이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가입 차 사고 발생 기준 고령 운전자의 추돌사고는 2020년 3435건에서 지난해 5142건으로, 49.7% 증가했습니다. 이는 연평균 14.4%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는 전체 추돌사고 연평균 증가율(2.6%) 대비 5.6배 높은 수치입니다. 이 기간 20~30대 운전자의 추돌사고는 11.9%(연평균 4.1%)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원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차량에 비상 자동 제동장치(AEBS)를 장착할 경우에는 추돌사고 발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EBS는 전방 충돌위험 상황 발생 시 차량 스스로 감속 또는 정지하는 첨단 안전장치입니다. 분석 결과 고령 운전자 차량에 AEBS가 장착돼 있으면 장착하지 않은 차량을 운행할 때보다 평균 22.5% 추돌사고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AEBS 장착 차량은 미장착 차량 대비 평균 16.3% 추돌사고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다른 연령대보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AEBS 장착 때 추돌사고 감소 효과가 더 큰 것입니다.

추돌사고 가운데 고령 운전자의 사고 점유율은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0년 전체 추돌사고에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7.8%였지만, 지난해 10.8%로 확대됐습니다. 추돌사고 10건 중 1건이 고령 운전자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30대 이하 운전자의 추돌사고 점유율은 이 기간 42.6%에서 34.8%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 고령 운전자의 추돌사고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령 운전자의 AEBS 장착률은 4년 새 9.5%에서 16.4%로, 6.9%포인트 증가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AEBS 장착률 증가 속도에는 못 미칩니다. 여전히 고령 운전자 차량 10대 가운데 8대 이상이 AEBS를 장착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AEBS가 장착된 '안전운전서포트카(서포카)' 제도를 도입해 고령 운전자 대상 최대 10만엔(89만원) 보조금 및 차량 보험료 9%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원은 "고령 운전자의 AEBS 장착 차량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차량 보험료 할인율 인상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고령 운전자 대상으로 AEBS 장착 차량을 운전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면허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현재는 신체장애인을 대상으로 신체 상태에 따라 특수 장치가 설치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는 조건부 면허 발급하고 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