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병원 인턴 합격자 중 출근을 약속한 인턴이 5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말 근로계약이 끝나는 인턴들의 자리를 메울 의사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당분간 대학병원 인력 공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올해 인턴 합격자 184명 중 임용계약서에 서명한 인턴은 5명이다.

서울대병원은 선발된 인턴을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국립암센터, 인천의료원 등 5개 의료기관에 분산 배치해왔다. 애초 이들 의료기관에서 필요하다고 요청한 인턴 정원은 166명이다. 서울대병원 83명, 보라매병원 21명, 분당서울대병원 35명, 국립암센터 23명, 인천의료원 4명 등이다. 지난달 인턴 채용 시험에 응시한 184명을 모두 합격 처리한 뒤 이달 21일까지 합격자 등록 절차를 진행했다.

병원 측은 인턴 5명을 서울대병원에 2명,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시보라매병원, 국립암센터에 1명씩 배치하기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귀한 인턴’ 인력이 되면서 병원별 배치 우선순위에 따라 배정을 마쳤다”며 “외과는 임상간호사(PA) 등을 활용하고 있어 내과에 좀 더 비중을 두고 배치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거 의료 현장을 이탈했지만 수련을 마친 인턴과 레지던트들의 계약이 끝나는 2월 말~3월 초 신규 인턴이 유입되면 의료기관의 인력 공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서울대병원조차 신규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 의료기관 인력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 병원에선 이미 인턴 임용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다음달 인턴 입사를 앞둔 101명 중 86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조선대병원은 신규 인턴 32명이 모두 출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등도 50~60명의 인턴 합격자 중 대다수가 임용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말 3초’는 전임의(펠로)들의 임용 계약도 이뤄지는 때다. 이들까지 현장을 떠나면 대학병원들은 신규 환자를 받지 않거나 외래 진료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