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격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그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4%에 달하는 9275명이 사직서를 냈고 이 중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런 집단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다.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 같은 말이 나온 지 오래일 만큼 필수·지방의료 공백이 심각한 데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로 장래엔 의사 부족 현상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대폭 확대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의 접근법은 지금보다 좀 더 세련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5년간 2000명씩 늘린 뒤 이후 정원을 재조정한다는 계획인데, 한 번에 2000명 증원이 논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삼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10년간 1000명씩 증원’을 대안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정책 결정은 최종적으로 정부의 몫이지만 정책 수용성을 높이려면 논리와 근거가 탄탄해야 하고 때론 유연성도 있어야 한다.

의사들이 요구하는 필수·지방의료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 처벌 부담 완화도 필요하다. 정부가 이미 그렇게 하겠다고 대책을 내놨지만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정부가 ‘배후세력과 주동세력은 구속수사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하는 것은 의사 파업을 조기 종식하려는 의도와 달리 의사와의 갈등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당 내에서도 “정부가 의사들을 악마화하는 것은 자제해달라”는 말이 나오는데, 맞는 말이다.

의사들도 자중해야 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는 국민이 원치 않는다”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한다” 같은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삐뚤어진 인식은 문제다. 환자를 버리고 떠나는 막무가내식 투쟁도 절대 해선 안 될 행동이다. 서울 주요 대형병원은 이미 수술을 30~50% 줄였고 환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